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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는 신석기 사회 연대의 산물"/경북대 이상목씨 논문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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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는 신석기 사회 연대의 산물"/경북대 이상목씨 논문서 주장

입력
2004.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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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 예술 활동의 소산인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울산 울주군 대곡리)가 한반도 신석기시대에 여러 주거 집단이 연합, 사회 활동을 함께 한 결과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이상목 경북대 강사는 최근 한국고고학보 52집에 게재한 '울산 대곡리 반구대 선사유적의 동물 그림'이라는 논문에서 암각화에 나오는 동물의 생태적 특성과 계절성을 분석한 결과 "신석기시대 여러 주거 집단이 고래잡이를 위해 연합체를 형성하고 그 과정에서 결속과 동족 의식 강화를 위한 공동 의례를 통해 암각화를 제작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구대 암각화가 동물의 번식과, 그로 인해 사냥거리가 풍부해지기를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를 지니기 보다는 여러 주거 집단의 상호 연대라는 사회적 의미를 더 많이 담고 있다는 주장이다.

신석기 또는 청동기로 엇갈리는 조성 연대와 관련, 이씨는 암각화에서 농경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고 그림에 표현된 활, 작살 등의 도구와 사냥 기술 등을 고려할 때 기원전 6,000∼1,000년 신석기시대로 판단했다.

이 논문은 반구대 암각화에 나타난 고래잡이 장면을 집중 분석하면서 고래잡이가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 사회 활동이라는 점에 특히 주목했다. 암각화에는 231점의 그림이 나오는데 이 가운데 동물이 146점(63.2%)으로 가장 많고 도구가 13점(5.6%), 인물이 11점(4.8%)이며 내용을 알 수 없는 것도 61점(26.4%)이나 된다.

특히 고래는 41점으로 동물 그림의 31.5%나 되며 사람을 실은 배와 작살, 부구(浮具), 그물 등을 이용한 고래잡이 장면도 사실적으로 표현돼있다.

이씨는 "배의 건조, 포획한 고래의 운반과 분배 등 일련의 고래잡이 과정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야 한다"며 "사람들이 한 지역에 완전히 정주하기 이전의 시기였으므로 평소에는 식량을 찾기 위해 흩어져 군집 생활을 하다가 고래잡이 시기가 되면 주거집단들이 연합을 이뤘을 것"이라고 유추했다.

반구대 암각화가 형상화한 시기는 봄과 초여름 사이로 추정됐다. 고래그림 가운데 종(種)이 확인된 귀신고래와 혹등고래는 출산을 위해 겨울철 동해안으로 회유해 초봄까지 지나며, 그림 속 고래 가운데는 새끼를 업은 어미도 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너구리의 짝짓기, 산란을 위해 뭍으로 오르는 바다거북, 갓 태어난 새끼 멧돼지 등 주로 봄과 초여름에 관찰되는 동물의 생태가 상세히 표현된 것도 암각화 형상 시기를 유추하는 단서가 된다.

이씨는 "고래의 한반도 근해 회유에 따른 고래잡이 시기를 전후해 여러 주거집단이 뭉쳐 일시적으로 정주하면서 사회적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공동의례를 행하고 그 과정에서 반구대 암각화를 제작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 암각화 보존방안

1971년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는 겨울 갈수기(12∼3월)만 빼고는 항상 물에 잠겨 있다. 암각화가 있는 대곡천에 65년 사연댐이 건설됐기 때문이다. 침수로 인해 훼손이 심해지자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지난해 연구 용역 및 공청회를 통해 대책을 강구했으나, 환경 보호 등 여러 문제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검토중인 방안은 사연댐의 수위조절 대곡천의 물길 변경 차수벽 설치 등 3가지이다. 환경단체 등이 주장하는 이상적 대책은 사연댐의 수위를 내리는 것. 하지만 이를 위한 대체댐 건설에 4,000억∼5,000억원이 들어가는데다 신설 댐 부지도 마땅치 않다. 대곡천의 물길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방안에는 환경 파괴라는 부작용이 따르며 암각화 주변 차수벽 설치는 인공 구조물 설치로 인한 유적 훼손 가능성이 있다.

문화재청 김창준 건조물과장은 "보존 방안에 대한 의견 차이가 크기 때문에 여론 수렴 과정을 더 거쳐야 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공청회를 추가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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