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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수첩/미인의 꿈…죽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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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수첩/미인의 꿈…죽어도 좋아?

입력
2004.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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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하면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또래의 젊은이들이 누리는 행복을 맛보게 해주고 싶어서 비만 치료를 권했던 것뿐인데…" 최근 비만 치료를 위해 '위 절제술(베리아트릭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여성(26)의 언니는 오열하며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200명 중 한 명 꼴로 사망자가 나오는 수술인줄 알았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만류했을 텐데"라며 뒤늦은 후회를 했다.신세대 미인의 조건은 점점 더 서구화돼 가고 있다. '쭉 뻗은 다리, 잘록한 허리, 날씬한 몸매와 작은 얼굴' 등 하나같이 순수 한국혈통과는 동떨어진 조건이다. 이런 바비인형 같은 몸매를 만들기 위해 젊은 여성들은 목숨을 담보하면서까지 다이어트를 하고 각종 시술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몸짱을 만들어준다는 비만클리닉이 서울에만 1,000곳이 넘고, 전국적으로도 수천 곳이 들어서 성황이다.

이렇게 몸짱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과거'는 용서해도 못 생기고 뚱뚱한 것은 절대로 용서 못한다는 세태풍조에도 큰 원인이 있다. 능력보다는 외모를 중시하는 '아름다움을 권하는 사회'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카드 빚을 내 지방흡입술을 받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심지어 위 절제술로 사망에 이르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대만비만학회가 제시한 객관적 기준에 따르면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25를 넘어야 비만이다. 예를 들어 키가 160㎝이면 몸무게가 64㎏을 넘어야 비만에 해당한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은 실제 체중과 상관없이 왜곡된 자가 비만 진단을 내리고 살과의 전쟁을 벌인다. 실제로 키 155㎝, 몸무게 58㎏인 '정상'인 여성(35)이 날씬한 몸매를 갖기 위해 지방흡입술을 받다가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많은 여성들은 살만 빠지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삶의 질도 한단계 향상될 것으로 믿어 죽음에 이르는 고행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몸은 물론 정신건강까지 피폐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제 살과의 전쟁은 '미용'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벌어야 할 때가 아닐까?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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