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몇몇 지방대의 신임교수 공채에 응모했다 떨어진 30대 후반의 A씨는 여자라는 이유로 최종 면접에서 탈락하는 경험이 수없이 반복되면서 점차 교수직의 꿈을 잃어가고 있다. 공부에 신경 쓰느라 혼기도 놓친 그는 "남성 중심의 심사위원들이 면접에서 물어보는 내용은 '결혼할 계획이 있느냐' '과에 남학생들이 많은데 잘 지낼 수 있느냐' '아버지는 뭐 하시냐' 등 학문적 능력과는 무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40대 초반의 여자 시간강사 B씨도 20년 이상 매달려 온 교수의 꿈을 포기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명문대 영문학 박사 출신인 그는 신규교수 공채에 수십 번 낙방한 끝에 최근 서울 강남의 과외시장에 뛰어들었다. 월 100만원도 안 되는 강사료 수입으로는 생계 유지가 곤란했기 때문이다. B씨는 "전임교수가 되겠다는 일념만으로 지금까지 버텨왔으나, 늙어서까지 보따리 장수로 연명하는 처지를 생각하니 차라리 교수직을 포기하는 게 낫겠다고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여성 시간강사가 교수로 '승천'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렵다. 교수 채용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실력과 상관없이 불이익을 받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17대 국회가 비례대표 후보의 50%를 여성에게 배정하고 정부도 각종 위원회에 30% 여성 할당제를 도입하는 등 여성의 사회참여가 날로 확대되고 있으나, 보수적인 대학사회의 여교수 임용 문턱만은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일 한국교육개발원이 교육통계(지난해 4월1일 기준)를 분석해 내놓은 '우리나라 시간강사 비율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교수 4만5,106명 가운데 여성 교수는 14.8%(6,719명)에 불과한 반면, 여자 시간강사는 전체(5만5,095명)의 40.6%(2만2,379명)나 됐다. 전임교수 1인당 여성 시간강사수는 3.32명으로 남성 시간강사수(0.85명)의 4배를 넘었다.
여성 시간강사는 강의배정에서도 홀대받는다. 시간강사 D(여)씨는 "남성의 경우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는 '가장' 대접을 받아 전공이나 실력과는 무관하게 강의를 먼저 배정받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여성개발원 민무숙 교육연구부장은 "선진국들은 대학사회에 남녀의 관점과 경험을 균형 있게 녹여 학문의 다양성을 증진한다는 차원에서 자격이 거의 동등한 경우 여성을 우선적으로 뽑고 있다"며 교수채용심사위원 중 20% 이상을 여성으로 위촉토록 의무화 성차별 문제를 다룰 국가기구와 대학별 위원회 설치 대학 인사관련자 성차별 예방교육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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