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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명 교수의 멘털 클리닉/남녀 화법차가 부부갈등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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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명 교수의 멘털 클리닉/남녀 화법차가 부부갈등 원인

입력
2004.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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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수준에 이른 우리나라 이혼율을 줄이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이혼 전 상담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다. 결혼과 이혼, 가정의 파괴 등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이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필자에게 우울증을 호소하며 찾아오는 중장년 환자들은 대부분 부부갈등이 많고, 개인적으로 처음 만난 사람도 필자에게 배우자나 이성문제를 주로 묻는다.

남녀관계는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했던 그 순간부터 모든 사람의 고민거리였을 것이다. 프로이트도 사람의 정신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는 사랑과 일이라고 했는데 현재에도 정확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연인이나 부부 관계를 망가뜨리는 것은 무엇일까? 대화 단절을 꼽을 수 있다. 마음을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대화인데, 이를 소홀히 하면 마음의 끈이 느슨해지고 결국 놓아버리게 된다.

요즘 남녀의 대화단절은 남녀의 언어 사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많다. 남자와 여자가 다른 별에서 온 것처럼 의사소통이 힘들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끼리 의사소통하기도 힘든데 하물며 다른 별에서 온 사람끼리는 보통 일이 아니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남자는 언어를 문제 해결 수단으로 쓰고, 여자는 사회적 관계를 높이는 수단으로 쓴다는 것이다. 또한 남자는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경쟁적인 경향이 있고, 여자는 사회를 공동체로 만들고 싶어하기 때문에 협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한 여자는 직장이나 가정에서 있었던 어려운 일을 남자에게 말하면서 자신을 공감해주는 말을 듣기를 원한다. 즉 "그래 많이 속상하고 힘들었겠네. 지금은 좀 기분이 어때?" 이런 말을 듣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건 당신이 잘못한 것이고, 저건 다른 사람이 잘못한 거니까, 이런 점은 당신이 고쳐야 해" 라는 식으로 말해 여자 기분을 상하게 하고 의사소통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리는 있다. 그 동안 남자가 사회활동을 독점하고 여자를 배제시키는 사회분위기는 남녀의 대화방식을 이런 식으로 만들었을 수 있다. 그러나 사회는 많이 변하고 있다. 과거의 성역할이 크게 줄면서 협조적인 남자와 경쟁적인 여자가 늘고 있다. 결국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렇다'라는 이분법적 도식화보다는 개인 성향을 잘 파악, 원활한 대화를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대화의 첫걸음은 먼저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이다. 상대방의 의도가 무엇인지 잘 파악해야 한다. 위의 예처럼 여자가 힘든 일을 얘기하면 그 여자가 이 말을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대처해야 한다. 공감을 원하면 맞장구를 쳐야 하고, 빠른 해결책을 찾아주길 원하면 그 상황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은 좋은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침묵은 금'이라는 속담은 나쁜 대화보다는 차라리 말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하고 있다. 오늘부터 남녀와 부부간에 좋은 대화를 통해 외계인이 아님을 서로 확인하고 잠시 잊었던 사랑을 다시 키워보자.

박원명/가톨릭대 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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