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빅 EU"에 경제진출 확대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빅 EU"에 경제진출 확대를

입력
2004.05.03 00:00
0 0

이번 제5차 유럽연합(EU) 확대는 거의 15년 간, 다시 말해 유럽의 사회주의가 끝나면서부터 꾸준히 단계별로 준비해 온 노력의 결실이다. 이로써 '대서양에서 우랄산맥'에 이르는 유럽의 경계가 확정되었다.유럽에는 하나의 공간 속에 살고 있다는 전통적인 공동체 의식이 깊이 뿌리내려 있다. 이와 함께 이웃 나라가 못 사는 한 우리만 잘 살 수는 없다는 공생과 형평의 정신이 지배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체제 시절에도 EU 회원국은 중·동유럽이 언젠가는 유럽 통합의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유럽 통합의 취지인 평화와 안정의 추구 그리고 보호장벽 없는 하나의 시장을 이룩하려면 모든 유럽 국가들이 여기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EU 확대가 각종 비용을 수반하고 있으나 유럽 통합이라는 긴 안목에서 보면 하등의 장애가 되지 못한다.

EU는 공동의 무역정책을 바탕으로 국제 무역협상에서 회원국을 대신하여 단일 협상당사자로 행동하고 있다. EU는 1일부터 10개 회원국이 늘어 25개 회원국 및 인구 4억 5,500만 명을 거느리게 된 한편 세계 총 소득 및 무역의 20% 내외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됐다. 이에 따라 막강한 협상력을 배경으로 국제경제에서 누리는 주도적인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협상력 제고는 그만큼 EU의 경제적 이익을 국제 경제질서와 연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커졌음을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EU는 미국과는 다른 국제 경제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무차별적 다변주의(multilateralism)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EU는 지역주의(regionalism)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는 대상 지역에 따른 차별정책을 의미한다. 또 미국이 시장 개방을 강조하고 있는 데 비하여 EU는 개방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간 정책적 접근(환경, 투자, 경쟁정책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국제기준 채택도 주장하고 있다.

이번 EU 확대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의 EU 시장 진출에 있어서 부정적, 긍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산업별로는 경쟁 정도에 따라 새 EU 회원국 또는 기존 EU 회원국 시장 진출이 불리해질 수 있다. 그러나 신 회원국 가입으로 EU 시장이 커지고 EU 회원국들의 경제성장이 촉진된다면 역외 수입은 증가한다. 또 신 회원국들이 공동 무역정책을 채택한다는 점에서 품목에 따라서는 역외에 대한 기존의 보호정책이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

그 동안 EU와 중·동유럽 경제는 구조조정과 자유무역지역 형성을 통해 상당한 정도로 통합되어 왔다. 또 새 회원국들이 유로화 채택 및 공동 무역정책을 포함해서 EU가 이룩한 업적을 받아들이는 데는 과도기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제3국이 EU 시장에 진출하는 데 큰 영향은 없다.

한국―EU 간 경제 거래는 아직껏 소규모에 머물고 있다. 예로 EU의 대 역외 무역에서 한국과의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2%이며, 한국의 대외 무역에서 EU와의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1∼14%이다. 또 이번 확대로 다양한 자본 및 기술협력을 통해 중·동유럽을 교두보로 유럽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커졌다. 한국과 확대된 EU, 두 지역의 경제적 잠재력을 고려한다면 경제 거래를 확대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시장 다변화가 한국 경제의 절실한 과제라는 점에서 한국 기업의 EU 진출 노력이 필요하다.

끝으로 한국과 EU 사이에는 아직까지 상호 정보·인식의 격차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한마디로 서로를 잘 모르고 있다. 국가 간 경제 거래가 문화를 비롯한 전반적인 관계를 반영한다면 두 지역 간 이해 증진을 위한 노력이 우선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김세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