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열린우리당 인사들에게 '입 조심'을 당부하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탄핵 국면에서 입각 제의를 받았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은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든다"는 것이 메시지의 골자이다. 우리당 내부에서 4·15 총선 이후 개각을 둘러싼 자천타천식 하마평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데 대해 제동을 건 것이다.
청와대의 경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일 우리당 지도부 인사 몇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당분간 당에서 입각 얘기가 안 나오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협조 요청을 했다. 이 관계자는 "벌써부터 통일부장관, 정통부 장관 등은 누가 맡게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탄핵 국면의 개각 논의는 대통령을 곤란하게 만들 뿐 아니라 내각을 흔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측은 "노 대통령이 여당 인사를 만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인사 문제에 대해 교감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자리를 제의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왜 입각 얘기 계속 나오나
우선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원내대표 등 차기 대권주자들의 은근한 경쟁 의식은 입각 논란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두 사람은 상대방이 어떤 자리를 맡게 될 것인지 탐색하면서 진로 설정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김 대표는 입각, 정 의장은 당 의장직 잔류로 가닥이 잡히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부터 김 대표와 정 의장의 순차적 동반 입각론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양측은 상대방만 입각해 행정 경험을 쌓는다든지, 당직을 유지하면서 당내 기반을 강화할 가능성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또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총리 기용이 유력해진 것을 둘러싸고도 잠재적 대권주자들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당내에 포진한 노 대통령 측근·직계 인사들이 노심(盧心)과 자신의 생각을 섞어서 개각에 대한 관측들을 내놓는 것도 입각 논의를 부채질하고 있다. 또 입각을 희망하는 여당 의원들이 온갖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다.
개각 전망
대통령 탄핵안이 기각되고 총리를 교체한다면 6월 하순쯤 개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17대 국회 개원(6월5일) 이후 총리 임명 동의안을 처리하기까지는 보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이런 일정을 감안할 때 정 의장과 김 대표 등이 입각할지 여부는 이 달 중순 탄핵 국면이 마무리된 뒤에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여당 인사들이 어떤 장관을 차지할 지는 거물급 인사들의 자리 문제가 가닥 잡힌 뒤에야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 2기의 당내 인사 입각 폭에 대해서는 총리를 포함해 3∼5명 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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