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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메이팅 마인드/제프리 밀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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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메이팅 마인드/제프리 밀러 지음

입력
2004.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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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팅 마인드제프리 밀러 지음·김명주 옮김

소소 발행·3만2,000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적잖이 불쾌하게 여길 지 모르겠다. 인간의 진화가 성적으로 우월한 개체를 고른다는 '성 선택'에 따른 것이라는 주제는 물론 예술, 심지어 도덕의 배후에도 성 선택의 논리가 있다는 각론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은 행동생태학, 사회생물학, 진화심리학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의 70∼80%가 성 선택 이론에 관련된 것"(최재천 서울대 교수)이라고 해도 이 이론은 왠지 '발칙'하게만 보인다.

더구나 수컷이 열심히 치장해서 과시하면 암컷이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놈'을 골라 번식하는 동물 세계의 논리가 인간에도 다를 바 없이 적용된다는 주장에 이르면 '본능적' 거부감을 느끼는 남성도 꽤 될 듯 싶다. 하지만 '자연선택론에 곁다리처럼 끼어 있던' 성 선택론은 지금은 진화를 설명하는 매우 유력한 이론 중의 하나다. 영국의 소장 진화심리학자인 저자는 나아가 성 선택 이론이 자연선택을 압도하는 진화의 주된 동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성 선택 진화론의 전모를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상식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5억 년 전, 눈과 뇌를 지닌 동물이 처음 진화한 이래 우리 유전자가 매 세대마다 불패의 성 관계를 이어온 덕분이다.' 자연환경에 아무리 우수하게 적응하더라도, 섹스 파트너를 유혹하지 못한다면 번식, 나아가 진화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리고 흔히 진화의 동력으로 여기는 '적자생존'의 논리는 발명, 상업 등 이른바 실용적인 사고의 발달을 설명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음악, 미술, 드라마, 정치적인 이상, 도덕 등 인간 문화의 장식적이고 유희적인 측면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공작 수컷은 포식자의 눈에 잘 띄고 도망가기에도 거추장스럽지만 긴 꼬리와 화려한 눈꼴무늬를 진화시켰다. 아일랜드큰사슴 수컷은 너비 1.8m에 이르는 거대한 뿔을 발달시켰는데 결국 이것이 생존에 부담이 되어 멸종하고 말았다. 모두 암컷에 '섹스 어필'하기 위한 것이다. 인류의 출현은 이런 상황으로 설명한다. "1,000만 년 전 아프리카에 12종의 유인원 종이 있다고 하자. 이 종들은 성적 장식과 구애 행동이 매우 엇비슷한 근접한 집단이라고 하자. 이제 질주하는 성 선택이 출발한다. 어쩌면 한 종은 큰 근육에 대한 선호가 질주한 끝에 고릴라가 될지도 모른다. 또 한 종은 끊임없는 섹스에 대한 선호 때문에 보노보가 될지도 모른다. 또 한 종은 창의적 지능에 대한 선호가 질주한 끝에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

저자는 자연의 시각적 장식들이 대부분 성 선택의 산물이듯 '미술은 적어도 최초에는 짝의 감각을 활용해 자신의 적응도를 과시함으로써 섹스 파트너를 유혹하기 위해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이타주의로 대표되는 도덕 역시 성 선택을 받기 위해 치러야 하는 '값비싼 비용'이다.

"아름다운 비율로 지어진 위풍당당한 건축물을 감상하는 즐거움, 장엄한 음악을 작곡하는 전율, 여름밤 풍경의 감미로운 고요, 이 모든 게 오로지 성욕 탓이란 말인가." 이 책을 읽으면 이런 탄식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저자는 성 선택이 진화를 기능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지, 잠재의식의 동기에 대한 이론이 아니라고 답한다. 원제는 'Mating Mind'. 2002년에 출간됐다. 예증이 풍부한 데다, 찰스 다윈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100년 동안 남성 우위의 사회풍토 때문에 성 선택 이론이 묻혔던 점까지 꼬집은 흥미로운 과학책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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