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특수로 버텨왔던 국내 산업계가 '중국쇼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가상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등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산업계는 이번 중국의 긴축정책 선회 방침이 당장 수출이나 투자 차질 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대중(對中) 일변도의 수출 및 투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중장기 대책 마련에 나섰다.중국을 생산 전진기지 및 주요 시장으로 활용해온 전자업계는 '중국쇼크'가 중국 내수시장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제품별 중장기 전략 수정에 나섰다. 중국 비중이 18%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휴대폰이나 가전제품의 영향은 덜하겠지만 내수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프리미엄 제품의 마케팅을 강화, 차별화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인구 5% 정도는 경기를 전혀 타지 않고 풍부한 소비여력을 지닌 계층"이라며 "30대 거점 도시에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고급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에 14개 생산법인, 3만1,000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는 LG전자도 현지 법인에 사태 파악을 지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중국 내수 부진이 오더라도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70% 정도가 제3국 등으로 수출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 "추이를 지켜보며 제품별 수출 및 투자 전략을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보다 중국 수출을 3배 정도로 높여 잡은 자동차 업계는 중국 내 판매의 상당 부분이 할부금융에 의존하고 있어 대출 억제 등으로 인해 현지 자동차 판매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다. 중국발 물동량 증가로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던 국내 해운업체들도 중국 경제가 냉각될 경우 불황국면으로 급전직하 할 수 있다고 보고 사업지역 다각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진해운은 사업전략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현대상선도 전세계 영업망을 점검하고 관련 업체들의 움직임을 파악 중이다.
대중 수출 의존도가 50%에 달하는 LG화학이나 삼성아토피나 등 화학업체들은 중국 수출물량 대부분이 제3국으로 수출되는 제품의 원료로 쓰이기 때문에 당장 큰 차질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경우에 대비해 수출지역 다변화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도 경기냉각으로 철강가격이 하락하면 수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상황별 대책 수립에 나섰다. 그러나 철강 등 일부 업계에서는 중국이 투자속도조절에 나설 경우 국제시장에서 원자재 수급 불안과 가격 급등세가 진정되는 등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박천호기자 toto@hk.co.kr
■"亞증시 급락은 과민반응"/전문가 "中경착륙 가능성 적어"
'중국 쇼크'가 이틀째 계속됐지만,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적다며 아시아 증시의 급락은 과도한 반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0일 '중국발 경제쇼크의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원자바오 총리의 발언은 이미 예견됐던 것으로 원론적인 수준"이라며 "대중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은 있겠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내수 진작 기조를 계속 유지할 방침을 갖고 있는 데다 올해 중국경제 성장률도 8%대 후반을 나타내면서 연착륙할 전망인 만큼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한 수준은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CLSA증권은 중국 패닉을 매수하라(BUY the China Panic)고 조언했다. CLSA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짐 워커는 중국 정부의 불명확한 정책 방침이 세계 증시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중국 정부의 은행대출 제한 조치에 대한 우려는 지나친 수준이라고 보았다. 그는 중국 정부가 은행 지급준비율 인상, 통화 절상과 같은 대안을 시도할 것이며, 대출 제한을 하더라도 완전 금지가 아닌 합리적인 수준에서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의 김선배 수석연구원도 중국 정부가 보다 강력한 긴축정책을 시행할 수 있지만 경착륙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한화증권도 "원자바오 총리는 이미 전부터 경기 과열 억제 의지를 표명해 왔다"며 "우리 증시 등이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은 현재의 주가 수준이 매우 높아 차익매물이 나올 만한 시점에 뉴스가 전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재정경제부 김대유 경제정책국장은 "그동안 전문가들의 걱정은 중국이 경기 과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경착륙하는 것이었는데, 중국이 선제 대응에 나서서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좋은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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