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내 일을 했을 뿐인데 큰 상을 받게 돼 스스로 민망하고, 다른 훌륭한 근로자들에게 죄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노사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모두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최고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생산직 근로자 이재원(55·넥상스코리아(주)·사진)씨는 26년간 생산현장에서 한길을 걸어온 베테랑 기능인이다. 전선제조업체인 넥상스 코리아의 전신인 대성전선에 19세에 입사한 이후 지금까지 회사 내에서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기계가 없을 정도다. 실제로 사내의 모든 생산설비를 다룰 수 있는 근로자는 그가 유일하다.
이러다 보니 그가 분임활동을 통해 생산효율이나 산업안전을 위해 제안한 아이디어만 수백가지가 넘고 비용절감효과 또한 5,000만원 이상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1992년 회사가 국내 전선생산업체 최초로 국제인증 ISO9002를 따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이씨는 더욱이 1978년 이 회사의 노동조합 창설멤버로 지금까지 열성적으로 노조활동을 하는 가운데 노사 마찰이 생길 때 마다 극단적 투쟁보다는 대화를 통해 합리적 방안을 찾도록 설득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노조는 파업이라는 극한투쟁의 고비를 수 차례 넘겼고 넥상스코리아는 지금도 무분규 사업장으로서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중학교 1년 중퇴 후 청소년기에 자장면 배달원 등으로 전전했던 이씨는 생산현장을 지키는 가운데서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도 힘을 아끼지 않았다. 매년 겨울철이면 중증 장애인시설인 청주 '베데스타의 집'에 자비로 난방유를 공급해왔고 정기적으로 장애인시설을 들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에 이씨 외에도 종업원의 근로조건 개선과 복지증진에 힘쓴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신재욱 노무부장, 지난 7일 항만산업의 무분규 선언을 이끌어낸 최봉홍 전국항만노조 위원장과 곽영욱 한국항만물류협회 회장,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한 한국노총 김성태 전 사무총장과 한국경영자총협회 조남홍 고문 등 5명이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 밖에 감전사고로 두 팔을 잃은 뒤에도 정전사고 예방과 복구에 기여하고 있는 양종명(산업포장·한전 부산지사 사원)씨, 소아마비 후유증을 앓고 있으면서도 주경야독하는 근로청소년 이미라(대통령표창·동일산자(주))양 등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정부는 근로자의 날에 앞서 30일 오후 과천종합청사에서 수여식을 갖고 훈장 65명, 산업포장 36명, 대통령 표창 142명, 국무총리 표창176명 등 노사협력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수상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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