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를 은퇴한 김종필 자민련 전 총재가 삼성그룹에서 15억원대의 채권을 받은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총재가 2002년 지방선거 때 선거자금조로 이 채권을 받았음이 대선 불법자금 수사과정에서 채권추적 결과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전 총재에게 다음주 중 출두할 것을 통고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검찰은 700억원대에 이르는 삼성채권의 흐름을 정밀 추적, 김 전 총재 연루부분을 이미 4·15총선 전에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3김 시대의 대미를 장식하며 정계를 은퇴한 김 전 총재가 검은돈의 사슬에 연루됐다는 사실은 착잡하지만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는 5·16군사 쿠데타 후 숱한 의혹과 비리사건의 중심에 있었고, 1980년 '서울의 봄' 때 신군부에 의해 재산을 몰수당하는 등 부패 정치인으로 단죄되기도 했다. DJP 연합으로 공동정부의 한 축을 담당한 뒤에도 비리연루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또 이미 구속된 김용채 전 건설부장관으로부터 현대 돈 6억원을 전달받았고, 자민련 총재 재직시 자신이 입각시킨 이한동 국무총리와 3명의 장관으로부터 10억원씩의 자금을 갹출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3김 정치는 여러 공과에도 불구, 천문학적 규모의 정치자금을 동원해 계보와 조직을 관리하는 금권정치가 대표적 폐단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 4·15 총선민의는 새 정치를 주문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부정부패와 금권정치 청산은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관문이다.
김 전 총재는 검찰에 출두해 진실을 밝히고 문제가 있으면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한 시대를 풍미한 거물 정치인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야만 그가 입버릇처럼 얘기해 온 '유종지미'가 조금이나마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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