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네루다(1904∼1973)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 다녀왔다. 칠레대사관과 단국대 아시아아메리카문제연구소 등의 주최로 27일 서울 남산 문학의집·서울에서 열렸다.네루다는 칠레가 낳은 세계적인 시인이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100편의 사랑 소네트'등의 시집으로 그 이름이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네루다를 기리는 이날 행사는 크지 않은 모임이었지만 뜨겁고 진지했다.
인사말을 한 페르난도 쉬미트 칠레 대사는 네루다를 이렇게 묘사했다. "마치 마술을 부리는 것처럼 다른 시대, 공간, 문화와 신앙에 대한 재현과 체험을 제공해줍니다. 깊은 안데스 산맥으로 인도하여 광산업자들의 노동을 증언하게 하고, 아시아 지역을 유랑하는 어부, 건축가, 그리고 선원으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쉬미트 대사의 말은 네루다의 문학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를 알려준다. 뒤이어 상영된 영상물 '네루다의 생애'는 그 증언이었다. 스페인 마드리드 영사로 임명받은 네루다는 스페인 내전의 소용돌이를 겪으면서, 문학을 위한 문학 대신 문학보다 더 절박한 현실에 뛰어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폭압에서 시의 모티프를 얻었고, 빈민이 대다수인 광산촌에서 정치 활동을 하면서 민중의 구체적인 삶에서 문학적 영감을 찾았다.
이날 낭송된 시 중 '책에 부치는 노래?'에서 네루다는 자신의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책을 덮으라고 말한다. '책들은 서가로 보내자/ 나는 거리로 나가련다.…사람들과 함께 싸우고/ 그들의 말을 내 노래 속에서 말하며/ 그들과 더불어 산 거 말고는/ 누구한테 어떤 것도 가르칠 수 없었다.' 문장 하나, 시 한 줄이 쓰여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체험이 쌓였는지 알려주는 시구다. 네루다의 삶과 문학이 그러했다.
한 권의 책을 읽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삶의 순간들이고 인생 그 자체라고, 100년 전 태어난 시인은 오늘도 유효한 그 이야기를 노래로 들려준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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