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빨리 이 지긋지긋한 천막을 벗어나야 아빠 노릇이라도 제대로 할 텐데 말입니다."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 세워진 경기서부지역 건설노조 농성천막. 노동절을 하루 앞둔 30일로 이곳에서 생활한 지 144일이 된 노조원 최정철(31)씨는 요즘 문구공장에 다니면서 혼자 가계를 떠맡고 있는 아내와 생후 7개월 된 첫 딸 가을이, 딸을 돌봐주는 노모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 두달 반이나 일찍 세상에 나온 가을이가 50여일의 인큐베이터 생활을 끝내자마자 쫓기는 몸이 되다 보니 1월 백일잔치에 얼굴도 비치지 못했다. 그나마 남아있던 적금마저 전부 양육비와 생활비로 들어가 최씨 가족은 완전히 빈털터리가 됐다.
일용직 건설노동자들로 이뤄진 경기서부지역 건설노조 김호중 위원장 등 집행부 11명이 명동성당으로 숨어 든 것은 공갈과 금품갈취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난해 12월9일이었다. 노조는 지난 3년 동안 원청업체인 건설사와 단체협약을 맺어왔으나 검찰은 현장 안전시설 미비 등에 대한 노조의 폭로협박과 강압으로 원청업체와의 단체협약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노조 전임자가 원청업체에서 받은 급여를 갈취한 금품으로 판단한 것이다. 노동부도 "현장안전문제 등에 대해서는 원청업체와 단체협약 체결이 가능하지만 전임비는 직접 고용주인 하청업체로부터 받아야 한다"며 검찰의 입장에 동의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다단계의 하도급 시스템에서는 현장의 출입 통제부터 산업안전법상의 최종책임까지 건설현장에 대한 대부분의 책임을 지고 있는 원청업체가 단체협상의 상대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더구나 노동관계법으로 다루어야 할 단체협약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라고 반발하면서 농성을 시작했다.
"농성장까지 찾아와 임금체불을 호소하는 조합원을 대할 때나 안전사고로 세상을 떠난 동료의 소식을 듣고도 별 다른 도움을 주지 못할 때가 가장 안타깝습니다."
김 위원장은 "28일 민주노동당 단병호 국회의원 당선자와의 간담회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실태조사를 요구했다"며 "하루라도 빨리 현장으로 돌아가 힘없는 일용직 노동자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절인 1일 민주노총은 서울 대학로 등 주요도시에서 노동절대회를 갖고 한국노총도 임진각에서 임단투 승리와 통일을 기원하는 마라톤대회를 개최한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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