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우스 프티파 원작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흔히 '발레의 교과서'로 불린다. 고전발레의 모든 테크닉이 빠짐없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낙 대작이어서 발레단이 쉽게 엄두를 낼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휴식시간을 합치면 적어도 3시간 이상 걸리고, 아주 많은 무용수가 필요하고, 무대를 온통 화려한 궁전으로 꾸며야 하기 때문에 의상과 세트 제작비도 엄청나다.국립발레단이 이 작품에 도전한다. 1962년 창단 이후 처음이다. 그것도 춤추기 어렵기로 유명한 루돌프 누레예프(1938∼19930) 버전으로. 구소련 키로프발레단에서 활동하다 1961년 서방으로 망명한 누레예프는 발레사의 전설로 남은 무용가다. 누레예프는 프티파의 원안무를 비교적 충실히 따르면서도 주인공 데지레 왕자의 비중을 크게 강화하고, 음악의 순서를 일부 바꿨으며, 3막의 디베르티스망(줄거리와 무관하게 볼거리로 집어넣는 다양한 춤)은 과감하게 축약해 군더더기를 없앴다.
국립발레단의 이번 공연은 100명이 넘는 무용수, 총제작비 11억 5,000만원이 투입된 대작. 이탈리아에서 들여오는 의상 300벌의 대여료만도 2억원이다. 돈도 돈이지만, 이 고난도 작품을 올리는 것 자체가 도전이다. 국립발레단은 누레예프 작품의 주역 무용수로 때로는 공동안무자로 25년 이상 함께 작업했던 영국인 무용가 패트리샤 루안을 초청, 이 작품을 연습해왔다.
알려진 대로 이 작품의 줄거리는 마녀의 저주로 100년 간의 깊은 잠에 빠진 공주가 그녀를 사랑하는 왕자의 키스로 깨어난다는 쥘 페로의 동화다. 그러나 무대 위에 동화를 펼치기 위해 무용수가 쏟아야 할 땀과 고통은 다른 어느 작품보다 끔찍하다. 루안의 설명에 따르면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기술적으로 대단한 고난도 작품이며, 특히 누레예프 판은 세계 정상급 무용수들도 정말 고통스럽다고 호소할 만큼 어렵다. 군무의 스텝도 유난히 복잡하다. 국립발레단이 그동안 해온 러시아 스타일 발레가 크고 강한 동작에 익숙한 것과 달리 이번 작품은 섬세하고 부드러운 유럽 스타일 발레여서 새로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이번 공연은 국립발레단의 역량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주역은 세 팀이 번갈아 맡는다. 국립발레단의 간판스타인 김주원과 입단 2년만에 수석무용수로 뛰어오른 신예 이원철,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안나 자로바와 한국 남성 발레를 대표하는 이원국, 미국 보스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폴리안 리베로와 휴스턴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사이먼 볼이 짝을 이룬다.
차이코프스키의 아름다운 음악은 파벨 클리니체프의 지휘로 코리안심포니가 연주한다. 8일부터 15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평일 오후 7시 30분, 일 오후 4시(10일 공연 없음). 예매 1588―789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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