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의 4월 마지막 날은 '코리안 데이'였다. 서재응(27·뉴욕 메츠) 김병현(25·보스턴) 최희섭(25·플로리다) 등 '광주일고 3인방'이 30일(한국시각) 빅리그에 모두 출격해 투타에서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며 '황색 바람'을 일으켰다. 함께 고교 시절을 보낸 광주일고 3인방은 큰형 박찬호의 부진을 감춰주기라도 하듯 2승과 1홈런을 챙겼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같은 날 동시 선발승은 메이저리그 135년 역사상 첫 쾌거다. 김병현이 제일 먼저 첫 승을 알리고 막내 최희섭이 홈런포로 화답하자 선배 서재응도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희섭, 3경기 연속포 8호 빅뱅
또 다시 3경기 연속 홈런이다.
30일(한국시각)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플로리다전이 열린 샌프란시스코 SBC파크. 3회까지 0―0. 살얼음판을 걷는듯한 승부의 균형을 한방에 깨뜨린 것은 '빅초이' 최희섭(25·플로리다 말린스·사진)이었다.
4회초 2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최희섭은 볼카운트 1―3에서 우완 선발 제로미 윌리엄스의 5구째 체인지업을 받아 쳐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기는 2점짜리 홈런을 만들어냈다. 전날 콜로라도전서 승리에 쐐기를 박는 굳히기 3점포를 터뜨린 최희섭은 이로써 시즌 8호째이자 3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입성이래 두 번째 3경기 연속 홈런. 최희섭은 지난해 4월16∼18일 3경기 연속 홈런을 때린 바 있다.
특히 홈런 8개는 최희섭이 지난 한 시즌 동안 쳐낸 것과 같은 숫자이다. 현재 20경기에 나와 8홈런을 때려 페이스만 유지된다면 시즌 59호 홈런도 가능하다. 이날 시즌 10호를 때려 내셔널리그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와는 고작 2개차. 더구나 '살아있는 홈런왕'과의 거포 대결에서도 본즈(6회)보다 먼저 홈런포를 터뜨려 화제가 됐다. 최희섭은 현재 메이저리그 양대리그를 통틀어 홈런 공동 4위를 달리고 있다. 최희섭은 다른 타석에선 헛스윙 삼진 2개와 플라이로 물러나 4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을 올렸다. 타율은 2할8푼8리(종전 2할9푼3리)로 조금 떨어졌다.
플로리다는 3―3 동점이던 9회 마이크 로웰이 1점짜리 결승 홈런을 때려 '초이가 홈런 치면 팀은 이긴다'는 '초이의 법칙'도 8경기 동안 이어졌다. /고찬유기자
■김병현 5이닝 무실점 "완벽 복귀"
선체를 보수한 '한국형 핵잠수함'의 어뢰투는 무적이었다.
김병현(25·보스턴)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탬파베이전(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7개월 6일만에 메이저리그 복귀 무대를 완벽한 승리로 장식했다. 5이닝(17타자) 동안 70개의 공을 던져 1안타와 1볼넷을 내줬을 뿐 44개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탈삼진 2개를 잡고 한 점도 허락하지 않았다. 직구 최고구속은 143㎞. 김병현은 이로써 1999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통산 30승(27패) 고지도 밟았다.
손가락 파문과 어깨부상을 딛고 빅무대에 오랜만에 나선 탓인지 시작은 불안했다. 수비진까지 돕지 않았다. 1회초 첫 타자 칼 크로포드를 1루수 브라이언 도백의 실책으로 내보낸 뒤 도루까지 허용했고, 2루 주자를 3루까지 보내는 폭투까지 저질렀다. 다행히 다음 타선은 모두 플라이로 막았다.
2회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준 김병현은 티노 마르티네스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다행히 1루주자가 타구에 맞아 행운의 아웃을 챙겼고, 이후 훌리오 루고를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김병현의 첫 승을 챙겨주려는 듯 보스턴 타선은 5회 말 불을 뿜었다. 3번 타자 다비드 오르티스는 2사 1루에서 상대 선발 빅터 잠브라노에게 중월 2점짜리 홈런을 뺏어 김병현에게 승리를 선사했다. 김병현은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6회 2―0에서 손가락 파문으로 소원했던 홈 팬 3만 5,000여명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보스턴 마무리 역시 나머지 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팀의 4―0 완봉승과, 김병현의 첫 승을 지켰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찬호, 6실점 뭇매
박찬호(31·텍사스 레인저스)가 공의 스피드는 되찾았지만 경기를 잘 풀어가지 못한 채 또다시 2승 달성에 실패했다. 특히 박찬호는 타자들이 계속 리드를 잡아줬지만 3, 4, 5회 잇달아 동점을 허용, 선발투수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다.
박찬호는 캔자스시티 카우프만스타다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 경기에 선발로 나와 4와 3분의 1이닝 동안 7안타 2볼넷을 내주며 6실점 (4자책점)했다. 5회 1사에 마운드를 내려온 박찬호는 팀이 9―7로 재역전승해 패를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방어율은 5.19에서 5.64로 올라갔다.
경기 후 "컨디션, 밸런스, 자신감 모두 좋았다"고 밝혔을 정도로 박찬호는 최고 구속 155㎞의 직구를 자랑하며 삼진을 4개 잡아냈다. 매 이닝 깔끔한 투구를 선보였지만 경기운영은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1점차로 앞선 3, 4, 5회말 연달아 외야 희생플라이로 점수를 내준 것이 문제였다. 구속에 걸맞은 공 끝의 무브먼트가 없어 내야땅볼을 유도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 때문. 박찬호는 5일 오전 9시5분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다시 한번 시즌 2승에 도전한다. /주훈기자
■서재응 6이닝 1실점 "부활투"
서재응(27·뉴욕 메츠)이 올 시즌 세 번째 선발 등판에서 첫 승을 따내 지난해 시즌 마지막 등판인 9월 28일 이후 7개월 만에 승리투수의 기쁨을 맛보았다.
서재응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와 6과 3분의 1이닝 동안 6안타를 내주며 1실점으로 호투, 팀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서재응은 올 시즌 3패 뒤 첫 승을 챙기며 방어율도 5.06(종전 6.60)으로 낮췄다. '컨트롤 아티스트'란 명성에 맞게 역시 제구력이 돋보였다. 특히 좌타자를 상대로 바깥쪽으로 뚝 떨어지는 변화구가 위력적이었다. 파울이나 빗맞은 플라이를 유도함으로써 탈삼진보다 '맞춰 잡기'에 능한 서재응의 장기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1회 1사 2루와 3회 2사 1, 3루에서 3번 타자 밀튼 브래들리를 두 차례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초반 위기를 넘긴 서재응은 3―0으로 앞선 4회 2사에 2루타와 좌전 안타를 허용, 이날 유일한 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서재응은 2점차 불안한 리드에도 5, 6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7회말 선두타자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뒤 8번 타자 알렉스 코라를 3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고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구원 마이크 스탠튼이 후속타자들을 범타로 막아내자 메츠 타선은 6일전 애너하임과의 경기서 1득점 빈타로 서재응의 퀄리티피칭(6이닝 3실점이하)을 무위로 만들었던 것을 만회하듯 8회 2점, 9회 1점을 추가하며 서재응의 시즌 첫 승을 도왔다.
서재응은 또 올해 3월 두 차례 시범경기에서 13안타, 12자책점을 앗아가며 마이너리그행을 강요한 다저스 타자들에게 깨끗이 설욕했다. /주훈기자 nomad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