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로 그린 그 진한 사랑신경림 등 지음
옹기장이 발행·9,800원
명사들이 들려주는 어머니, 아버지 이야기 '엽서로 그린 그 진한 사랑'이 나왔다. 가정의달을 맞아 연극인 박정자, 종교학자 정진홍, 소설가 김영현 등 문인, 학자, 예술가 열 두명의 글을 묶어 출간한 것이다. 자신의 문학적 인식을 꽃피워준 아버지를 소설 '태백산맥'에서 법일 스님의 모습으로 그려넣은 조정래씨, 사람들은 박수를 보낸다지만 실은 '어머니의 몸짓'을 연극에서 재현하는 것 뿐이라는 박정자씨, 아버지의 소리 없는 사랑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서 만화가가 됐다는 이현세씨 등에게 어머니, 아버지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든든한 후원자였다.
화가 이중섭의 아들 이태성은 그가 어렸을 적 어머니와 함께 일본에 있을 때 한국의 아버지가 보내온 편지와 엽서의 절절한 사연을 공개한다. "나의 상냥한 사람이여 한가위 달을 혼자 쳐다보면 당신들을 가슴 하나 가득 품고 있소. 지금부터는 진지하게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의 생활 안정과 이중섭의 예술 완성을 위해서 오직 최선을 다할 작정이요"라는 구절에서 가족에 대한 깊고 진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신경림 시인의 아버지는 술을 좋아해 날마다 집에 늦게 들어왔고 마작을 좋아해 빚도 종종 졌다. 그런 그의 아버지가 무엇보다 좋아한 것은 사람이었다. 늙고, 젊고, 귀하고, 천하고, 남자고, 여자고 가리지 않았다. 시장통 망나니도, 윗마을 박수무당도 모두 아버지의 친구였다. 신경림 시인의 시가 그가 돌아다니는 길과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것은 아버지 때문인지도 모른다. 책의 서문을 쓰기도 한 신경림 시인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아버지, 어머니와 사연들 속에서 자식을 위해서 무거운 짐을 지면서 살아 있는 인간으로서 겪는 고뇌와 갈등을 보았다"고 밝혔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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