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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97>피가로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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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97>피가로의 결혼

입력
2004.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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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6년 5월1일 모차르트의 4막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빈의 브루크 극장에서 초연됐다. 이 작품은 '돈조반니' '마술피리'와 함께 모차르트의 3대 오페라로 꼽힌다. '피가로의 결혼'은 그보다 두 해 전 프랑스 극작가 보마르셰가 써서 파리에서 초연한 같은 제목의 5막 산문 희극에 바탕을 두었다.스페인 귀족 알마비바 백작의 하인 피가로가 주인의 훼방을 꾀로 물리치고 하녀 수산나와 결혼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연극 '피가로의 결혼'은 당대 유럽 지배 계급의 누추한 도덕을 통렬히 풍자해 혁명 전야의 파리 시민들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빈 시민들도 이 연극의 상연을 고대했지만, 신성로마제국 황제 요제프2세는 이 연극의 정치적 뉘앙스가 불온하다고 판단해 상연을 금지했다. 그러나 황제는 작품의 정치색을 완화해 오페라로 만든다면 상연해도 좋다고 허락했고, 이에 따라 로렌초 다 폰테가 대본을 쓰고 모차르트가 곡을 붙여 이 유명한 연극의 오페라 버전이 빈 시민들 앞에서 공연됐다. 그로부터 218년이 지난 오늘, '피가로의 결혼'이라는 제목에서 사람들이 먼저 떠올리는 것은 보마르셰의 희극이 아니라 모차르트의 오페라부파다.

보마르셰의 연극 '피가로의 결혼'은 '세빌리아의 이발사'(1775)의 속편이다. 등장 인물들도 대부분 겹친다. 알마비바 백작이 이발사 피가로의 도움으로 귀족 처녀 로시나와 결혼하게 된다는 것이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줄거리다. 속편 '피가로의 결혼'은 백작의 하인이 된 피가로와, 아내 로시나에게 시들해진 알마비바 백작이 하녀 수산나를 놓고 벌이는 희극적 갈등을 그리고 있다. '피가로의 결혼'이 연극보다 오페라로 더 잘 알려져 있듯, 그 전편인 '세빌리아의 이발사' 역시 보마르셰의 희극으로보다 로시니의 오페라(1816년 로마에서 초연)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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