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아시아 최대의 국제도시로 자부하는 상하이에서 산업자원부와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주최로 22~24일 ‘프리뷰 인 상하이 2004’(일명 ‘대한민국섬유패션대전’)가 열렸다. 중국시장을 겨냥해 한국의 섬유패션문화를 알리고 아시아권에 부는 한류바람을 패션산업으로 연결시키겠다는 취지에서다. 지난해에 이어 2회째 열린 이 전시회엔 제일모직 코오롱 신원 효성 등 국내 굴지의 섬유패션업체 156개사가 참가, 국산 섬유 및 원단 부자재 의류 등을 집중소개해 큰 관심을 모았다.
일류보다 한류가 인기
22일 상하이마트에서 개막한 이번 행사에 대한 현지의 관심은 한국섬유업계 명예홍보대사로 위촉된 디자이너 앙드레 김과 탤런트 최지우 권상우가 연출한 개막 초청쇼 ‘앙드레 김 상하이 판타지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메인 모델로 무대에 선 두 사람이 앙드레 김의 트레이드마크인 황금색 자수가 놓인 화려한 의상을 입고 등장할 때마다 카메라플래쉬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상하이에서 패션쇼를 열면서 아시아모델로 권상우를 세운 이유가 수긍이 가는 현장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국계 중국인 박향란(26ㆍ비즈니스통역사)씨는 “18,19세쯤 청소년들은 한류와 일류(일본스타들 추종파)가 팽팽히 갈리지만 아무래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본 보다 한국쪽에 우호적” 이라고 말했다.
한국패션, 실용적이고 화사
패션업체들의 부스가 집중된 1층 전시장에는 젊은 중국여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신원의 여성복 씨와 베스띠벨리 패션쇼는 경쾌하고 화사한 색감으로 갈채를 받았고 쌈지의 쌤 브랜드 매장은 천장에서 늘인 줄에 가방과 옷들이 매달려있는 전위적인 부스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전시장을 둘러본 중국 패션잡지 복식민보(服飾민報) 기자 장 줘어(江左)씨는 “유럽브랜드는 디자인을 너무 과분하게 표현하는 데 반해 한국은 실용적이고 색상이 화사해서 중국시장에서 잘 먹힐 것”이라면서 “전시회에 참가한 많은 업체들이 제품수주 상담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이번 전시회는 또 중국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한국 패션인들이 새롭게 조명받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자신의 브랜드 ‘쏜(SSON)’을 들고나온 손찬규씨가 대표적. 손씨는 제직공에서 출발, 7년전 중국에 진출해 우창어패럴상해유한공사를 설립하고 겐조, 트루사디, 크리치아, 이세이 미야케 등 세계 최고급 브랜드들에 니트웨어를 OEM방식으로 공급, 연간 300만불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한류바람, 패션으로 잇기 과제
전시회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우리 섬유패션산업이 중국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시장분석과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지서 여행업을 하는 한국계 중국인 윤관씨는 “‘상하이에서는 돈자랑을 하지말라’는 말이 있다”면서 “이미 상류층은 유럽의 고급브랜드에 익숙하고 중하층은 한국제품이 너무 비싸 구입하기 어려워한다. 한국브랜드들이 어느 계층을 겨냥할 것이냐를 신중히 생각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내셔널 브랜드 제품 가격은 국내보다 10% 정도 높게 책정된다.
기자회견장에서는 캐주얼 브랜드 위주로 구성된 전시회가 한국의 패션문화를 모두 보여주는 것처럼 과장광고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내셔널브랜드 위주의 전시회라 고급 하이패션을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손찬규 사장은 “중국은 겉으론 어수룩해 보여도 (성공하기엔) 아주 어려운 시장”이라며 “뭐든지 빨리 결과를 얻으려는 한국적 사고를 버리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중국을 제대로 보려는 생각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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