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살의 반란속 터지는 일이다. 이제 중학교에 올라간 딸이 혀에 피어싱을 하고 술을 마시고 담배와 마약까지 한다면. 아무리 사춘기에 겪는 성장의 고통이라 해도 부모 마음에서는 '우리 딸이 어쩌다 저렇게 됐을까'가 정답일 게다.
'13살의 반란(Thirteen)'은 이런 13세 소녀 트레이시(에반 레이첼 우드)의 방황을 다뤘다. 자신도 예쁘기만 한데, 트레이시는 뭇 남학생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학교 퀸카 이비(사라 클라크)가 부럽기만 하다. 그러나 대개 껄렁한 퀸카가 그렇듯, 이비는 트레이시를 촌뜨기로 본다. 결국 트레이시가 남의 손지갑을 훔쳐오는 '동지의식'을 보여준 후에야 이들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물론 이비는 술친구, 담배친구, 마약친구, 섹스친구일 뿐이다.
편치 않은 영화다. 우등생이었던 트레이시가 나락에 빠진 것도 아프지만 딸의 이런 변화를 지켜보는 엄마(홀리 헌터)의 삶은 더욱 애처롭다. 손톱 밑에 때 끼는 줄 모르고 딸 먹여 살리려 애쓴 엄마의 삶은 누가 보상하나. 아빠 역시 자기 일 때문에 딸의 고민이 뭔지 모르지만, 누가 이런 아빠에게 "너만 잘못했다"며 돌을 던질 수 있나. 오늘 저녁 회사 일에 정신 없을 때, 딸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생각해볼 일이다. 캐서린 하드윅 감독의 2003년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18세.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빌리 엘리어트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파워스테이션이 부르는 ‘겟 잇 온’에 맞춰 춤을 추고 싶게 만드는 영화. 아들 또는 아버지와 화해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 가난한 탄광촌 출신의 어린이가 발레를 사랑하게 된 이야기를 담았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은 잔 기교 없이 투박하면서도 정직한 화법으로 곧장 보는 이의 가슴을 파고 든다.
1984년 영국 북동부의 탄광도시 더햄. 잇단 폐광에 탄광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맞서지만 대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열 한 살 난 빌리(제이미 벨)는 아버지가 50펜스씩 쥐어주는 돈으로 체육관에서 권투를 배운다. 그러나 실성한 외할머니와 죽은 어머니가 물려준 춤에 대한 본능때문인지 함께 체육관을 쓰고 있는 어린 발레리나들에게 자꾸 눈길이 쏠린다. 빌리는 권투 글러브를 끼고 나가서 몰래 발레를 배워보지만 “남자가 무슨 발레냐”고 아버지는 호통을 친다.
빌리를 격려해주는 발레 선생님 역의 줄리 월터스. 겉으로는 차갑지만 속 깊은 사랑을 보여주는 아버지 역 게리 루이스의 연기가 눈물샘을 자극한다. 눈 내리는 성탄절 빌리가 혼자 춤추는 장면은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두고 싶은 명장면이다. ‘Billy Elliot’. 2000년. 12세.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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