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인기가 이렇게 높은 줄 몰랐어요."서울시 직원들은 요즘 왠지 어깨가 우쭐해지고 신바람이 난다. 서울시에서 내놓는 일자리마다 유례없이 많은 인파가 몰려와 일자리를 애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불법 주·정차 단속원 모집에는 박사, 전직 서기관, 기업체 간부 등 '초고급 인력'이 대거 몰린 데 이어 23일 마감된 서울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도 평균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으니 고무될 만도 했다.
그러나 서울시 인사 담당자들의 반응은 좀 의외였다. 불법 주·정차 단속원 모집에 박사나 전직 서기관까지 몰려 고민스럽지 않느냐고 묻자 "공무원은 아무나 합니까?"라는 반응이 되돌아왔다. 주차 단속에 기업체 간부경력을 조건으로 내건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는 "주차단속은 대민마찰이 심한 업무여서 민원인을 잘 설득해야 하고 보조요원도 통솔해야 하기 때문에 조직관리 경험이 풍부한 간부급 이상이 적합하다"며 "어쨌든 공무원은 자격기준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물론 사람을 뽑는 일에는 일정한 기준이 있어야 하지만 불법 주·정차 단속원 응시 조건으로 '종업원 50인 이상 기업체에서 간부직으로 3년 이상 근무한 45∼60세'를 내건 것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전산직 9급 490대1, 세무직 9급 305대1, 간호직 8급 223대1, 행정직 7급 294대1…. 서울시가 올해 실시한 공채시험의 경쟁률들이다. "이 높은 경쟁률은 5급 준비생이 7급을 보고, 7급 준비생이 9급에 응시하면서 만들어진 것이예요. 서울시까지 나서서 주차단속원으로 박사를 뽑으려 하면 우린 어디로 가야하나요." 이날 시험요강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를 찾았던 행정직 9급 응시자의 하소연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박선영 사회2부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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