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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황소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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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황소개구리

입력
2004.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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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침 신문에서 황소개구리가 몇 년 사이 70%나 줄었다는 작은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한때 천적조차 없는 생태계 무법자로 불리며 큰 걱정거리이던 놈들이 어떻게 갑자기 그리 됐는지 설명이 부족한 것이 의아했다.가물치 메기 등 토종 물고기 언급이 있었지만, 덩치 큰 황소개구리를 잡아 먹기라도 한다는 얘긴지 모를 일이었다. 기사를 소홀하게 다룬 것을 탓하며 여러 신문을 찾아보았으나, 북한 용천 참사와 여야 정당의 이념논란 등에 관심이 쏠린 때문인지 속 시원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었다.

■ 얽힌 사연이 못내 궁금해 인터넷 자료를 뒤져보고서야 의문이 풀렸다. 2002년 말 환경부가 내놓은 외래 동식물 실태보고에 담긴 낡은 자료였다. 개체수만 아니라 서식지도 전국 61개 시군에서 남부지방 20여곳으로 줄었다는 내용이다. 신문들은 새로운 골칫거리로 등장한 붉은귀거북 얘기를 하면서 황소개구리를 대비시킨 것이었다. 어리석은 의문을 가진 것이 쑥스러웠으나, 황소개구리가 쇠퇴한 원인 분석은 재미있다. 네티즌들은 정력에 좋다는 속설까지 부추긴 대대적 포획노력 덕분이라지만, 전문가들은 생태계의 오묘한 조화를 새삼 일깨운다.

■ 황소개구리는 인간의 법석보다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더 이상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위협하지 못하는 존재가 됐다는 분석이다. 우선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곤충과 작은 물고기 등 먹이가 부족해졌다. 또 한 지역에 너무 많은 무리가 살다 보니 환경악화와 근친교배로 기형과 질병이 많아져 생존능력이 그만큼 떨어졌다. 여기에 천적이 없다지만 가물치 메기와 왜가리 고니 등이 올챙이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붉은귀거북이 최상위 포식자로 새로 등장한 것도 관련 있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황소 같은 먹성과 울음소리로 한때 위세를 떨치더라도, 결국엔 스스로 자연의 억제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 이런 글을 읽다가 생뚱맞지만 우리 정치세력들이 황소개구리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자질에 비해 유난히 발달한 울음주머니와 먹성을 밑천으로 곧잘 정치를 교란하고 지배하지만, 정치의 목적인 국리민복에 이바지하기보다 제 몸집과 무리를 키울 뿐이라는 생각이다. 총선 전 그토록 단호한 명분과 구호를 부르짖던 세력들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 길을 고민하기보다 일찌감치 다음 선거 승부만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내걸던 이념과 명분은 아랑곳없이 오로지 좌우 어디쯤 자리잡는 것이 유리할까를 궁리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게걸스러운 흉물 황소개구리다. 동물행동학자의 논법을 흉내내면, 황소개구리의 성쇠를 가른 자연의 섭리에서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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