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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씨, 산문집 "내가 만난 하나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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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씨, 산문집 "내가 만난 하나님" 출간

입력
2004.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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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을 아십니까. 1964년 한 젊은 소설가가 발표해 한동안 이 땅의 젊은이들의 감수성을 흔들었던 단편소설. 바로 그 소설의 주인공인 '감수성의 혁명가'김승옥(63·사진)씨가 산문집 '내가 만난 하나님'(작가 발행)을 내고 20여년 만에 활동을 다시 시작한다. 1980년 신문 연재를 중단하는 것으로 사실상 절필했고, 98년 문예지에 수필 2편을 발표했던 게 전부였던 그가 오랜만에 세상에 자신의 글을 선보인다. 5월 1일 출간될 산문집에는 작가 자신의 어린시절 성장과정과 문학에 투신하게 된 계기, 쟁쟁한 문필가를 배출한 서울대 문리대생 출신 문학 동인인 '산문시대' 이야기, 신앙에 귀의하게 된 체험적 고백 등 자전적 산문 17편이 수록됐다.김승옥씨는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 '서울의 달빛 0장' 등의 단편을 통해 감각적인 문체로 현실의 우수를 묘사하면서 4·19세대의 대표 작가로 화려한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장편소설 '먼지의 방'을 신문에 연재하던 1980년, 신군부의 검열에 항의해 소설쓰기를 중단했고, 99년 세종대 교수로 부임해 강단에서 문학을 가르쳐왔다. 1년 전에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문학과 이별을 고하는 듯했다.

혼자서는 거동하기 힘든 데다 언어장애가 겹치는 등 고통을 앓아온 김씨를 병상에서 일으켜 세운 것은 역시 작가로서의 삶이었다. 그는 산문집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어렵게 몸을 추스려 자신을 되돌아본 1년의 시간이 산문집 한 권으로 결실을 맺게 됐다. 김씨는 산문집 출간을 계기로 연재를 중단했던 소설을 쓰는 등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재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산문집에는 문우 김지하 시인이 쓴 '우정의 글'도 실려있다. 유신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1970년대 김승옥씨는 감옥에 갇힌 김지하 시인의 석방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때의 일을 지금껏 잊지 못하는 김지하씨는 산문집에서 이렇게 적었다. "한국문학에서 김승옥은 그야말로 반짝이는 별이었다. 새로운 세대는 김승옥을 잘 알지 못할 것이다. 4·19 직후 한때를 빛냈던 그가 비교적 단명한 문학의 귀재들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감수성의 일대 혁신이었고, 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꾼들도 그 앞에서는 설설 기었고, 그럼에도 본인 스스로는 한없이 겸손하매 나에게 그는 하나의 기적처럼 보였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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