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을 하루도 쉬지 않고 7시30분 전에 출근해 학생들의 일기를 읽으시는 선생님" "제자와 학부모들로부터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스승'으로 불리는 선생님"강원 횡성군 횡성초등학교 김정자(金政子·53) 교사를 지켜본 사람들은 가슴 울리는 감동을 경험한다. 김 교사는 1971년 교편을 잡은 이래 학생들에 대한 변함없는 정성과 학습에 대한 열정, 올곧은 성품으로 학생들로부터 "엄마 같은 선생님", 학부모들로부터 "최고의 선생님", 동료교사로부터 "사심 없는 선생님"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29일 오전 7시10분 횡성초교. 아침 햇살을 받은 소나무와 철쭉이 텅 빈 운동장으로 맑은 향기를 뿜어내고 책가방을 든 김 교사의 발걸음이 가볍다. 교사(校舍)에는 채 어둠이 가시지 않았으나 김 교사가 맡고 있는 6학년 교실 국화반엔 환하게 불이 켜진다.
김 교사는 교과서 외에 별도로 마련한 학습교재와 학생들의 글쓰기 작품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8시가 넘어서자 아이들이 하나 둘 교실로 들어오면서 전날 쓴 일기장을 선생님께 드리고, 김 교사는 9시까지 아이들의 일기를 검토하며 자신의 의견을 첨언한다. 못다 읽은 일기는 하루종일 틈틈이 살펴본다. 김 교사가 매일 일기를 검토하는 것은 아이들의 생각과 가정형편을 파악해 아이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70년 강릉여고를 졸업한 김 교사는 같은 해 12월 강릉교대 부설 단기교원양성소를 졸업하고 양양초교로 부임했다. "정규 코스를 밟지 못했지만 내 앞에 아이들의 표정과 마음이 있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75년 충북 중원군 벽지의 수룡초교로 부임한 김 교사는 3년 동안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아이들과 함께 살았다. 농사일에 지친 부모님 대신 아이들의 머리를 감기고 깎아 주는 등 어디가 학교고 집인지 모르는 생활이었다.
김 교사와 제자들이 나누는 아름다운 정은 '요즘 세상의 욕심'을 되돌아보게 한다. 박윤화(원주여고 3)양은 "엄마 같은 분이다. 선생님은 직업으로 교단에 서시는 게 아니라 정성으로 교편을 잡으신다. 지금도 선생님을 찾아 뵙는다. 평생 못 잊을 선생님"이라고 말한다.
김 교사는 특히 불우학생, 열등생들에게 더 깊은 사랑을 쏟아 자신감과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다. 학부모 김영숙(42·횡성읍 읍하리)씨는 "지금껏 그런 선생님은 보지 못했다. 벌써 교감이 되셨을 분인데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며 진급을 포기하신 분이다. 선생님에게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중학교가서도 모범생으로 스스로 알아서 공부한다"고 말했다.
횡성초교 박순업(58) 교장도 "많은 교사들의 관심사인 승진, 표창에는 무관심하고, 오직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참으로 올곧은 분"이라고 말했다. 87년 부군과 사별하고 아이 둘을 홀로 키우며 살아온 김 교사는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30년간 일찍 하교하는 저학년 대신 6학년 만 맡았다"며 아이들의 손을 꼭 잡았다. /횡성=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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