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개별 금융기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신용불량자 증가율이 5개월 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섰다. 인위적인 감축분을 고려하면 실제 증가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돼 신용불량자 문제가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2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월말 현재 개인 신용불량자는 국세 등 세금 체납자 및 법원 채무 불이행자 15만190명을 포함해 391만8,507명으로 전달에 비해 2.4%(9만3,238명) 증가했다. 신용불량자 증가율은 지난해 10월 2.69%를 기록한 이후 최근 4개월간 1%대에 머물렀었다. 특히 신용카드 관련 신용불량자가 전달 250만6,742명에서 3월말에는 259만1,370명으로 3.38%(8만4,628명)나 늘어나면서 신용불량자 급증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회는 그러나 이번 통계 발표부터 세금 체납자와 법원 채무 불이행자를 신용불량자 명단에서 제외해, 3월말 현재 개인 신용불량자로 공식 등록된 인원은 2월말보다 1.49%(5만6,952명)가 줄어든 376만8,317명이라고 밝혔다.
금융기관 별 등록 신용불량자는 국민은행이(국민카드 포함) 190만명을 넘어서 가장 많았고, LG카드(110만명) 서울보증보험(103만명) LG투자증권(69만명) 농협중앙회(49만명) 등의 순이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실제 신용불량자 증가 폭이 다시 확대되는 근본적 원인은 서민 경제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기껏 신용불량자에서 구제해줘도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다시 신불자로 전락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경제 회복 기미에도 불구하고 일선 영업 현장에서 느끼는 채무자들의 생활 형편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정부 지원 대책을 기대하는 도덕적 해이도 지난달 신용불량자 급증의 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배드뱅크 지원 대상에 포함된 사람들은 정부의 설립안 발표 이후 채무 상환을 사실상 중단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정부가 또 다른 구제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