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코엘류 감독을 불명예 퇴진시키며 재도약을 기대했지만 28일 파라과이전에서 보여준 한국축구는 여전히 무기력했다. 불과 2년 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냈던 주역들 중 10명이 주전으로 뛰었지만 당시 보여준 창의적인 플레이, 조직력, 전술, 성취동기 등이 실종된 채 문제만 노출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축구는 2년 전과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리고 한국축구의 퇴보는 무엇 때문일까.
홍명보-박지성의 공백
가장 큰 원인은 홍명보와 박지성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파라과이전 베스트 11에는 월드컵 4강 멤버 중 홍명보와 박지성만이 없을 뿐이었다. 코엘류 감독시절에도 지적됐듯 현 대표팀에는 홍명보를 대신할 리더, 즉 필드의 사령관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리더의 역할은 경기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고, 팀의 공수를 조율하는 것이다. 홍명보는 최후방에서 경기를 조율했고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미드필드까지 전진, 공격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홍명보가 없는 한국축구는 공격과 수비의 완급을 조절하지 못하고 90분 내내 우왕좌왕 '뻥축구'만 반복했다.
홍명보가 그라운드 전체를 조율하는 야전사령관이라면, 박지성은 미드필더로 스트라이커들의 업무를 분장하거나 공격의 활로를 개척하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했다. 박지성은 부지런한 몸놀림으로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며 공간을 확보, 공격수들의 화력을 배가시켰다. 파라과이전에서는 박지성의 공백이 커 보였다.
히딩크식 축구 실종
히딩크가 강조하고 나름대로 만들어낸 독특한 '한국형 현대축구'가 실종됐다는 것도 한국축구가 망가진 원인 중 하나이다. '히딩크 축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패스는 빠르고 쉽게 ▲포지션별 임무는 명확하게 ▲미드필드에서의 압박은 최대한 강하게 ▲수비―미드필드―공격 3선의 간격은 일정하게 하라는 것이다.
특히 히딩크가 가장 강조한 것은 패스였다. '축구는 패스게임'이라는 지론을 가진 그는 패스와 볼 트래핑 훈련에 집중했다. 또 공격 시에도 실속 없는 무리한 개인돌파나 전진패스는 지양했다. 즉 개인 능력 부족으로 전진패스를 할 수 없으면, 백패스도 괜찮으니 안전하고 빠른 패스로 공을 빼앗기지 않음으로써 경기를 지배하라고 요구했다. 패스할 때는 항상 고개를 들고 운동장의 상황을 판단한 뒤 하게 했다. 그러나 히딩크 이후 한국축구는 미드필드부터 무모한 패스나 책임회피성 패스로 공격이 자주 차단됨으로써 경기의 지배권을 상실하고 있다.
히딩크는 또 포지션별로 임무를 명확히 부여했다. 포메이션에 상관없이 선수들에게 자기임무를 요구, 철저한 지역방어와 대인방어를 병행토록 했다. 이에 따라 공격과 수비 시 선수들은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빈틈을 메웠다.
히딩크 감독이 1년 7개월에 걸쳐 추구한 5단계 프로젝트의 목적은 '경기 지배'였다. 하지만 '히딩크 축구'는 이제 실종됐다. 포천축구센터의 김희태 총감독은 "한국축구가 히딩크 때의 경기력을 회복하려면 무엇보다도 선수들의 개인전술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 올림픽 축구팀 이모저모
○…중국과의 올림픽아시아최종예선 A조 5차전(5월1일)을 앞두고 중국 창샤에서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는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의 왼쪽 미드필더 김동진(22·FC서울)이 훈련 도중 한때 실신해 김호곤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를 아찔하게 만들었다.김동진은 28일 후난성 인민체육장에서 실시한 훈련 도중 고꾸라졌으나 의무팀이 살펴본 결과 다행히 별 이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재진 "4경기 연속골 도전"
○…경고누적으로 14일 말레이시아전에 출전하지 못한 올림픽팀의 황태자 조재진(21·수원)이 생애 첫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에 도전하겠다고 공언.
조재진은 "학창시절 대통령배대회 때 6골로 득점왕에 오르면서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린 적은 있지만 그 이상의 기록은 내본 적이 없다"며 "이번에 꼭 골을 넣어 새 기록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조재진은 2골1어시스트를 기록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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