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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社제정 제23회 한국교육자대상 영광의 대상 수상자/서울 양강중학교 황호훈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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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社제정 제23회 한국교육자대상 영광의 대상 수상자/서울 양강중학교 황호훈 선생님

입력
2004.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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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깎아라' '지각하지 마라'.아침마다 교문을 지키며 매일같이 잔소리를 늘어놓는 '학주'(학생주임 교사)에 대한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체벌 교사를 경찰에 신고하기 일쑤고 교무실에서 학부모의 드잡이가 빈번한 요즘, 더 이상 악역을 맡으려고 하는 선생님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올해로 교단에 선 지 만 32년째인 황호훈(黃鎬勳·58) 교사는 이런 세태에 아랑곳하지 않고 벌써 4년째 서울 양천구 신정동 양강중학교의 생활지도부장을 맡고 있다. 젊은 교사들조차 '3D 직위'라며 기피하는 생활지도부장을 맡은 그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2000년 부임 이후 '문제학교'로 낙인 찍혔던 양강중을 지금은 이웃 학교의 부러움을 살 만큼 모범학교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사회에 어른이 있어야 하듯이, 학교에도 어른이 있어야지요. 혼낼 때는 따끔하게 꾸짖는 것도 필요합니다."

황 교사는 이런 신념으로 지난 4년간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매일 오전 7시50분이면 출근해 교문 지도에 나섰고 점심 시간과 쉬는 시간, 방과 후에도 학교를 순회했다. 쉬는 시간 화장실에 잠복해 있다 흡연하는 학생을 잡아내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학생 사이에 원성이 자자할 법도 한데, 오히려 인기가 좋다는 것이 동료 교사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교칙을 어긴 학생에게 매를 든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아팠지, 미안해" 하며 살짝 장난이라도 걸어 서운한 감정을 남김없이 풀어주기 때문이다. 점심 시간이면 와이셔츠 차림으로 운동장에 나가 학생들과 어울려 축구공도 함께 찬다.

한때 교실붕괴를 자탄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던 무렵 양강중도 예외는 아니었다. "쉬는 시간 화장실에 담배 연기가 자욱해 학생들이 화장실 가기를 꺼렸고, 일반 교사들도 이를 외면했죠. 1진 학생은 후배와 친구의 금품을 상납 받기도 했어요."

보다 못해 학생지도에 발벗고 나선 그를 112에 신고한 학생도 있었고, 한밤 중에 학교로 찾아와 돌멩이로 생활지도부실 창문을 깨뜨린 사건도 있었다. 워낙 드센 아이들이라 그동안 누구도 이들을 지도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황 교사는 "다행히 체벌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며 "아이들도 이유가 있는 매는 스스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지금은 황 교사의 노력 덕분에 교내 흡연은 물론 학교 폭력도 거의 사라졌다. "이제는 점심시간에 담 넘어가는 학생들 뒤통수만 봐도 누군지 알 수 있다"는 그는 그만큼 학생과의 대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덕에 인터넷 검색사이트 네이버에 '학주'라는 검색어를 치면, 한 학생이 올렸다는 그의 사진이 나올 정도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그는 "3년 남은 정년까지 '학주'를 계속 해서라도 폭력이나 집단 따돌림이 사라지고 모든 학생이 즐겁고 재미있게 생활하는 학교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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