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BS방송이 미군이 이라크 포로를 심하게 학대하는 인권 유린의 현장을 담은 사진 내용을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CBS방송의 시사프로그램 '60분?'가 28일 밝힌 사진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미군으로부터 입수한 이 사진은 미군 장병들이 이라크 포로들을 발가벗겨 인간 피라미드처럼 포개 놓은 모습 등 장난감처럼 희롱하거나 인간 이하의 수치심을 주는 공개적이고 집단적인 잔혹 행위를 자행했음을 보여준다.
미군 병사들은 이라크인 포로들을 옷을 벗겨 영어로 욕설을 쓰고 한 명씩 쌓은 뒤 이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까지 했다. 사진 속에는 여군도 포함돼 있으며, 한 병사는 이라크인의 머리에 걸터앉아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포로들에게 구강 성교 등 성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자세를 취하게 한 뒤 손가락질하며 희희낙락 하는 장면도 있다. 교도소에 근무한 이라크인 통역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이라크인 포로는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미군 병사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생명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라크인 포로의 머리에 가리개를 씌우고 양손을 전선으로 묶은 뒤 상자 위에 올려놓고, 제대로 서 있지 못하면 전기 고문을 하겠다고 협박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미군 병사들은 또 군견을 풀어 이라크인 포로들을 공격하게 한 뒤 이를 촬영하기도 했다.
미군이 이라크 포로들을 학대한 곳은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시절 고문·처형 시설로 악명 높았던 바그다드 인근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여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미군은 지난달 교도소장인 재니스 카핀스키(여) 준장 등 800헌병여단 장병 17명의 직무를 박탈하고 이중 6명은 군법회의에 회부했으나, 이라크인 포로에게 어떤 일이 자행됐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라크 주둔 연합군 대변인 마크 키미트 준장은 "그들은 동료 미군 병사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잔혹행위를 자행한 미군 병사들은 "(제네바 협약 등)포로 처우에 대해 교육 받은 적이 없으며, 상관에게 법과 규정을 물어도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CBS는 보도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I)는 이라크인 수감자들에 대해 미군의 가혹행위가 빈번하게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진상 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CBS방송은 미 국방부가 2주전 '이라크 상황의 악화'를 들어 방송 연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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