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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인테리어-감성조명

입력
2004.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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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밝은 형광등이 그녀의 얼굴과 요리를 선명하게 비춰주는 한 식당과 흔들리는 촛불이 한껏 분위기를 잡아주는 레스토랑 중 어디를 택하겠는가. 메뉴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전자를 택할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수백만원씩 들여 집수리를 하면서도 조명의 취향을 묻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아서' 해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무리 다른 인테리어를 그럴싸하게 했더라도 어울리지 않는 조명으로 마무리하면 전체 분위기가 일순간 흐려진다.

조명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물론 어두운 것을 잘 보이게 하는 것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기분을 조절하고 무드를 조성하는 역할이다. 수년간 감성조명을 연구해 올해 프랑크푸르트 가구 박람회에 감성조명 조절장치 ‘선인하우스(Sun in House)’를 출품한 필룩스 노시청 회장은 “조명과 감성의 관계를 파악, 이를 잘 적용하면 가족 구성원간의 관계가 개선되는 것은 물론 학습이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감성 조명'은 자연 조명의 산물

서서히 밝아오는 창 밖을 보면 새 날을 시작할 의욕이 생기고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노라면 기분이 착 가라앉는 것이 일반적이다. 햇빛이 눈부신 날은 기분이 상쾌하고 구름이 잔뜩 낀 날은 슬픈 노래가 더 우울하게 들린다. 계절을 타는 것과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은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습도나 기온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감성과 바이오리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로 햇빛의 밝기와 세기다.

자연 조명의 가장 큰 특징은 쉬지 않고 변한다는 것이다. 해가 뜨고 지는 원초적 변화 외에도 구름의 양, 공기의 청탁, 그리고 황사나 태풍 같은 일시적인 요소도 조명에 영향을 준다.

빛과 색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1930년대 중반 영국의 신경학자인 그레이 월터 박사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는 깜박이는 빛이 뇌파의 활동에 작용해 몸을 편안하게도 하고 정신상태를 활기차게 만들기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모닥불이나 촛불로 밤의 어두움을 쫓아버리려던 인간이 전구를 발명해 ‘현대 조명’의 시대가 열리면서 인간은 밤낮없이 밝은 생활을 하게 됐다. 물론 편리함과 효율성 면에서는 큰 도움이 됐지만 ‘밤이 없는 생활’은 몸과 마음에 부담을 줘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다.

조명으로부터 오는 이러한 스트레스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시간대에 따라 자연과 가장 비슷하게 실내 조명을 바꿔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해가 지면 불을 집안의 모든 불을 다 켜서 최대한 집을 밝게 하는데 이는 몸을 자연과 반대되는 쪽에 적응하도록 강요하는 것과 같다.

노 회장은 “자연 조명과 맞추기 위해서 밤에는 조명의 밝기를 낮추는 것이 정답”이라며 “공부를 할 때처럼 특별한 용무가 있을 때도 방 전체를 밝게 하기보다는 책상 스탠드 등을 써서 필요한 곳만 부분적으로 비춰줘야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빛의 밝기와 색온도로 감성 조절

감성 조명의 기본 원칙은 간접 조명이다. 야생에서 동물이 밝은 빛에 노출돼 있다는 것은 곧 적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격으로 인간에게도 이 같은 본능은 아직 남아있다. 전구가 그대로 드러나 아래 쪽을 비추는 직접 조명은 사람을 불안하고 날카롭게 만들어 가족간에 불화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조명은 되도록 아래서 위로 올려 쏴주는 형식으로 설치하되 어렵다면 최소한 전구 아래 종이나 전등갓 등을 덧대 사람이 직접 빛에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하루 종일 천정을 보고 있어야 하는 아기나 환자의 얼굴에 전구가 빛을 직접 얼굴을 내리쬐면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져 정서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밝기와 색온도는 조명의 두 가지 기본 요소다. 조명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몸이 원하는 밝기는 건강한 정도와 비례한다’고 말한다. 즉 몸이 건강하고 힘이 넘칠 때일수록 조명을 밝게 해야 하고 몸이 피곤하고 기운이 없을 때는 불빛을 낮춰야 한다는 뜻이다.

햇빛과 가장 비슷한 흰 빛은 색온도가 가장 높으며 석양빛과 가까운 붉은 색은 색온도가 낮다. 색온도가 높을수록 뇌의 활동성과 집중력이 커지고, 색온도가 낮으면 감성이 활발해진다.

색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푸른 색은 시원한 느낌을 줘 두뇌 활동을 자극하지만 이보다 한 단계 낮은 보라 빛 조명은 현대적이면서도 관능적인 느낌을 줘 예술작품을 전시할 때 제격이다. 이에 비해 색온도가 낮은 편인 노란 빛은 풍요와 안정을 상징해 마음을 편안하고 안락하게 해주고 색온도가 가장 낮은 붉은 조명은 눈에 가장 적은 자극을 줘 미각을 살려준다.

밝기와 색온도를 적절하게 조합하면 몸이 원하는 상태의 조명을 연출할 수 있다. 기분이 우울할 때는 조명과 색온도를 모두 밝게 하고 몸과 마음이 피곤해 쉬고 싶을 때는 중간 정도의 밝기에 색온도가 낮은 붉은 빛 조명을 쓰도록 한다.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는 스트레스를 줄이면서도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간 정도의 밝기에 색온도가 높은 흰색 조명을 쓰고 긴장감이 심할 때는 밝기를 낮추고 주황색에 가까운 조명을 쓰면 스트레스가 한결 줄어든다.

“사람들은 빨강과 사랑, 녹색과 생명, 주황과 유쾌함, 숭고함과 보라 등을 연상해 생각한다.” ‘색채, 환경, 그리고 인간의 반응’이라는 책을 쓴 프랑크 만케는 1993년 색연합 연구를 통해 색상에 의한 감정의 변화를 분석했다. 이 원리로 이를 조명에 적용해도 감정의 상태를 조절할 수 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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