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회복이 극히 부진한 가운데 설비투자가 급감, 그동안 수출에 의존해온 경기회복이 다시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예상 밖의 수출호조로 버텨온 '내수 견인론'이 한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경기 순환주기가 짧아져 때이른 경기전환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4분기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의 생산은 수출 덕분에 전년 동월대비 11.6% 늘어나 10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계절적인 요인을 제거한 계절조정 전월비는 오히려 2.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수출 주종 품목인 반도체(56.4%), 영향·음향·통신(27.8%) 등의 편중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섬유제품(-8.5%), 사무회계용기계(-6.0%), 인쇄출판(-6.8%) 등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해 양극화가 심각함을 반영했다.
민간소비를 나타내는 도·소매 판매는 작년 동월대비 0.9% 늘어나는 데 그쳤고, 이중 백화점 판매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0월(-20.8%)이후 5년5개월만에 가장 큰 폭(16.5%)으로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6.8%나 감소했고, 통상 6개월 시차를 두고 건설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 건설수주는 3월에 3.2%가 줄어 3개월 연속 감소했다.
2월에 83.7%까지 치솟으며 16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던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3월에는 80.7%로 낮아졌다.
현재의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월과 같은 100.4로 횡보세를 나타냈고 향후 경기 전망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3.3%)는 10개월만에 처음으로 전월(3.5%)보다 감소했다.
수출과 내수의 괴리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경기회복이 조기에 끝나고 다시 하강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3월 수출 증가율이 2월에 비해 다소 줄어들면서 경기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지만, 전체적으로는 회복국면으로 봐야 한다"며 "다만 수출에 비해 소비나 투자가 예상 밖으로 저조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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