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LG카드 등이 주도하는 개인신용평가회사(CB·크레딧뷰로) 설립을 앞두고 기존 CB업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방대한 고객정보를 갖고 있는 대형은행들이 자체 CB를 운영할 경우 규모가 영세한 전문업체들은 존립근거를 상실할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이다.28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우리은행·LG카드·삼성카드·서울보증보험 등 5개 금융회사가 연내 설립을 목표로 CB컨소시엄을 구성한 이후 한국신용평가정보(한신평정) ,한국신용정보(한신정) 등 민간 신용정보회사들이 집단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CB는 각 금융회사와 공공기관 등에서 개인의 신용 관련 정보를 수집·가공해 신용정보업체나 금융회사에 공급하는 기관.
한신평정 등은 최근 CB설립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금감원에 "금융회사가 CB의 운영주체가 될 경우 중립성 훼손 등 심각한 폐해가 우려된다"며 국민은행 중심의 CB에 대해 인가거부를 할 것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신용불량자 문제 해소 등 국가경제적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CB사업이 대형 금융회사들의 헤게모니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기존 CB업계의 우려다.
한신평정 관계자는 "중립적인 기관이 아닌, 특정 대출기관이 CB를 직접 운영하는 것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다"며 "신용정보를 이용하는 금융회사가 CB의 운영주체가 될 경우 금융기관의 이해관계가 우선되는 영업행위로 인해 개인 사생활 침해와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한신정 관계자도 "CB를 건전하게 육성하기 위해선 광범위한 신용정보 집중이 필수적인데 특정 금융회사들이 CB를 운영하게 되면 경쟁 금융사들이 정보공유를 기피하면서 CB정보 자체가 '반쪽정보'가 될 수 있다"며 "신용정보와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금융회사가 아니라, 객관적이고도 공정한 전문업체가 CB를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민간 신용정보회사들은 특히 정부 당국의 지원하에 최근 2년여 동안 CB인프라 구축을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입한 상태에서 은행 주도의 CB가 설립될 경우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반대투쟁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현재로선 중립적인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국민은행 등이 자본금 등 일정한 형식요건을 갖춰 인가신청을 해온다면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거부할 명분은 없다"면서도 "정식으로 인가신청이 들어오면 CB산업에 대한 부작용 등 다각적인 측면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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