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사실화가 이상원(69)씨의 근작전이 갤러리상에서 열리고 있다. 100∼500호 크기로 그린 '동해인(東海人)'과 '연(連)' 시리즈 25점이 나왔다. 그가 그린 '동해인'은 모두 노인이다. 하나 같이 얼굴은 주름 투성이로 깊에 패였고 하얗게 센 머리는 삼다발처럼 얽혔으며 표정 없는 시선은 정면이 아닌 화면의 아래나 위 혹은 뒤를 향하고 있다. 젊은날의 꿈과 열정이 모두 사라진, 그만큼 거친 세파에 시달리고 찌든 바닷가 노인들의 얼굴은 우리의 삶 그 자체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씨가 말하는 '연'도 곧 인생이다. 바닷가에 버려진 찢겨진 그물, 낡은 어구를 확대 묘사해 제목 붙인 '연'은 극한의 긴장으로 얽혀있다가도 파열되고 이완되는 우리네 삶의 그물코이기도 하다.작가 이씨의 삶 자체도 입지전 적이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1960, 70년대 극장 간판 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벤허' 등 기억에 남는 영화 간판 그림이 그의 손에서 그려졌다. 이후 극사실주의 회화로 여러 공모전에 입상, 안중근 의사의 영정도 제작하고 86년부터 꾸준히 개인전을 열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미술관, 중국 상하이미술관에서 초대도 받았다. 그의 그림에서 한국인의 얼굴을 보고 그림을 사려는 외국인들도 많지만 이씨는 그림을 팔지 않는 고집으로도 유명하다. 그간 제작한 1,000여 점의 작품들로 미술관을 만들 생각이다. (02)730-0030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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