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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권영길 당선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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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권영길 당선자에게

입력
2004.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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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위원장님.이번 총선에서 당당히 당선되었으니 당연히 권영길 당선자, 또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라고 해야겠지만 저에게는 아직도 그냥 권위원장님이란 호칭이 편하기만 합니다. 아마도 1988년 11월 처음 돛을 올린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의 초대 위원장이었던 권 선배를 처음 뵌 후 줄곧 '권위원장님'이라고 불러왔기 때문이겠지요.

권 위원장님. 우선 뒤늦게나마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미 도하 언론과 학계에서 민주노동당이 일구어낸 결과에 대해 숱한 평가를 내린바 있어 새삼스럽긴 하지만 불과 4년 전에 처음 진보정당의 깃발을 곧추 세웠을 때에 비하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심으로는 더 많은 성과를 기대했겠지만 한 술밥에 배부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민주노동당의 달라진 위상은 요즘 언론보도만 봐도 확연합니다. 총선전까지만 해도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별로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이제는 권위원장은 물론 '말의 연금술사'라고 불리는 노회찬 사무총장, 단병호, 심상정, 강기갑 당선자 등이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기존의 정당들은 천막당사로 옮기는 등 살림을 줄여나가는 판국에 민주노동당만은 쇄도하는 기자들을 맞이하기위해 오히려 당사를 더 넓혔다지요? 또한 며칠 전에는 모건스탠리라는 외국투자회사 관계자까지 당사를 방문했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민주노동당원 모두가 축배를 거듭해도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승리의 추억'에 마냥 젖어 있기에는 상황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당장 언론은 민주노동당의 실체에 대해 메스를 들이대기 시작했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도 이제 민주노동당을 단순한 '새끼 호랑이'이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정형근 의원이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이 강령을 알았다면 절대 표를 찍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민주노동당의 '진성당원'이 아닌 일반 지지자들은 민주노동당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권위원장이 호언한대로 '2008년에 제1야당, 2012년에는 집권'하기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마스터 플랜을 세우고 민주노동당의 정강·정책을 좀더 현실성있게 구체화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들이 민주노동당에 품고 있는 의구심은 23일 외신기자클럽에서 제기됐던 질문들을 참고하면 좋을 것입니다. 몇가지만 거론하자면 민주노동당의 강령은 애매모호하고 실현가능성이 의심스러운 대목이 꽤 많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노동자와 민중 중심의 민주적 경제체제를 지향한다. 사회적 소유를 바탕으로 시장을 활용하여 경제의 효율과 안정을 추구함과 동시에 평등한 분배의 실현을 목표로한다'는 조항은 선거를 통한 집권을 목표로 한 정당의 강령이라기보다는 1980년대의 학내유인물을 연상케합니다.

'자주적이고 평등한 대외관계'를 주창한 조항도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는 글로벌시대의 관점에서 보면 아마추어적이기만 합니다. 물론 송태경 정책국장이 고백했듯이 민주노동당이 아직 '만들어져가는' 정당이긴 하지만 이젠 원내정당에 걸맞은 틀을 조속히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잔치마당에 쓴소리는 격에 맞지 않을 터이지만 '대형(大兄)'이라는 별명처럼 너그러이 새겨 들었을 것으로 믿습니다. 환갑이 넘은 나이이니 만큼 건강에도 유념하길 빕니다. 언제 10여년전 자주 가던 무교동 태진식당에서 생태찌개라도 함께 했으면 합니다.

/윤승용 정치부장 aufheb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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