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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창윤의 방송보기]방송작가 의존도 지나치게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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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창윤의 방송보기]방송작가 의존도 지나치게 높다

입력
2004.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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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 17대 총선 직전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 인터뷰 녹취 사고를 낸 것을 두고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다.일부 언론은 의도적인 조작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MBC는 곧바로 담당 국장과 부장을 문책인사했고 보도제작국 기자들은 이것이 과도한 징계라고 반발했다. 제작 실수가 정치적 문제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 편파 보도 시비나 문책으로 해결될 수 없는 방송 제작시스템의 문제였다. 전여옥 대변인에게 인터뷰 전화를 한 사람은 방송작가였다.

이 사고를 단순히 방송작가 한 사람의 실수로 넘길 수 없는 것은 방송작가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제작 구조와 관행에 더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방송 제작에서 작가의 역할은 연출가의 역할 못지않게 크다. 프로그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뉴스나 몇몇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구성작가는 제작의 전 과정에 참여한다. 방송작가는 프로그램의 구성과 원고 쓰기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그램 기획회의와 방송 아이템 작성, 자료조사, 섭외, 촬영 구성안 및 홍보문안 작성, 촬영 뒤 테이프 타임코드 작성에 까지 참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세계 어느 나라 방송도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방송작가의 비중이 이렇게 높지 않다. 우리 방송 제작시스템이 기형적으로 방송작가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연출자가 스스로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작업의 범위를 축소시켜 그들의 존재 이유를 무너뜨린다. 특히 신입 연출자는 프로그램 구성이나 촬영 구상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함으로써 프로그램 제작 전반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방송작가가 프로그램 제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일의 강도에 비해 위상이 낮고 경제적 대우가 열악한 것도 문제다. 그만큼 이직률이 높아 새로운 방송작가를 충원하는 과정이 되풀이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시사·보도 프로그램 제작에 꼭 필요한 인터뷰 방법이나 취재윤리 등에 대한 교육이 철저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데스크의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애초의 기획 의도와 다르게 프로그램의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국내 방송계에서는 좋은 방송작가와 함께 작업하는 연출자가 좋은 연출자가 되는 셈이다. 물론 아침 교양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모든 연출자가 오직 구성작가에만 의존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송작가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프로그램의 제작시스템 문제를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창윤/서울여대 언론영상학과 교수

joo@sw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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