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N Cold'가 실린 베이스먼트 잭스의 3집은 지난해 말 국내에 출시된 뒤 한동안 별 주목을 끌지 못했다. DJ 출신의 펠릭스 벅스톤과 사이먼 랫클리프로 구성된 영국 출신의 일렉트로닉 댄스 듀오로 'Remedy'(99) 'Rooty'(2001) 등을 발표하며 영국, 미국, 호주 등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국내에서는 일부 일렉트로니카 팬 또는 클럽에서나 사랑을 받았다. 3집 역시 처음에는 고전했으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박정아와 세븐이 출연한 '음악 살리고∼'를 외치는 애니콜 CF에 사용되면서 부터다. 특히 이 'Hot 'N Cold'는 각종 휴대폰 벨소리, 컬러링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수위에 올라 있어 음원 판매시장에서는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요즘은 2집에 실린 곡 'Do Your Thing'까지 휴대폰 싸이언의 광고에 사용되면서 더 큰 대중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예 샹송 가수인 케렌 앤 역시 CF 덕에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국내 팬의 취향과 맞아 떨어진 이유도 있지만 'Not Going Anywhere'가 스피드 010 CF에, 'Right Now& Right Here'가 이안 아파트 CF에 각각 사용되면서 자연스레 대중의 귀에 익숙해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CF가 최고의 음반홍보 수단으로 통하고 있다. CF 음악이 인기를 끈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대중적이라 할 수 없는 마니아용 음악도 CF에 노출되면서 폭 넓은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블랙아이드피스와 메리제이 블라이즈. 블랙아이드피스는 지난해 'Where Is The Love'가 김래원과 신애가 출연한 네스팟 광고에 쓰였고 최근에는 히치 하이킹하는 여자가 등장하는 스카이 핸드폰 CF에 'Sexy'가 사용되면서 지명도가 상승, 음반 판매량이 2만장을 넘어섰다. 메리제이 블라이즈의 음반도 2001년 발표 당시 3,000장 가량이 팔렸지만 수록곡 'Family Affair'가 지난해 '같이 들을까'라는 카피로 유명한 휴대폰 광고에 쓰이면서 인기에 불이 붙어 1만5,000장 넘게 팔렸다. 물론 벨소리 다운로드 등 음원 시장에서는 더 큰 히트를 쳤다.
이처럼 적절하게 사용된 CF 삽입곡은 광고 효과를 증폭시키는 동시에 음반 판매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유명 외국곡 사용에는 저작권료 문제가 따라 붙는다. 베이스먼트 잭스의 경우 그들의 노래를 광고에 사용하기 위해 2만5,000달러(한화 약 3,000만원)를, 메리제이 블라이즈의 곡에는 무려 3만달러(한화 약 3,600만원)를 지불해야 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대중적인 곡의 저작권료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일례로 비틀즈의 곡을 광고에 사용하려면 적어도 12만 달러에서 협상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F 삽입곡이 판매에 큰 도움이 되자 음반 직배사들은 신보를 CF 삽입곡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음반시장 특히 팝 음반 시장이 죽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 직배사 관계자는 "팝 음악을 전문적으로 내 보내는 라디오 방송이 점차 줄어 드는 추세라 요즘은 신곡이 노출될 통로가 전무한 상태"라며 "CF를 통해 대대적으로 음악을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 오디오 PD의 세계
'Hot 'N Cold'를 선곡한 이지영(34) PD는 "이 한 곡을 골라내기 위해 들었던 CD가 몇 장인지 짐작할 수 조차 없다"고 한다. 최종 후보에 올랐던 곡만 102개였다. 이 곡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그는 "뮤직폰이라 더더욱 음악 선곡에 신경을 썼다. 후보를 놓고 고르고 있는데 CF 감독이 이 음악을 듣고는 '어 애니콜 노래네'라고 말하더라. 'Hot 'N Cold'라는 부분이 언뜻 '애니콜'로 들렸던 것"이라고 낙점 배경을 설명한다.
광고음악을 담당하는 오디오 PD는 이처럼 영상에 딱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하기 위해 수천, 수만 곡을 듣는다. 국내에 출시되는 수 많은 음반 뿐 아니라, 특이한 곡을 찾기 위해 외국의 음악 P2P 프로그램을 동원하고 해외여행을 나갈 때는 이름도 모르는 외국 뮤지션의 음반을 가득 사 들고 들어온다.
수많은 CF에 어김없이 음악이 등장하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오디오 PD는 10명 내외다. 대부분 광고기획사 오디오팀 출신. 이들은 구조조정으로 대거 회사를 빠져 나와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정규적인 신입 PD 채용이 없기 때문에 소수의 오디오 PD가 광고음악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Every Day New Face'라는 화장품 광고 음악으로 유명한 강재덕(34) PD는 그의 손을 거치는 광고가 1년에 300여 편이나 된다. 지금껏 작업한 곡을 합하면 2,000편을 넘는다. 강PD는 "젊은 취향의 트렌디한 음악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이동통신이나 휴대폰 등의 광고 음악은 더더욱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요즘 광고 음악으로 그가 꼽는 첫째 조건은 '리듬'이다. "멜로디보다는 반복적이고 재미 있는 리듬을 선호하는 추세다. 베이스먼트 잭스의 노래나 이효리가 나오는 휴대폰 광고에 사용된 우슐라 1000의 'Riviera Rendezvous' 같은 음악이 그 좋은 예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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