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1주일 전 여름 같은 봄 날씨를 생각하며 이 편지를 썼는데, 그 사이 겨울 같은 봄 날씨가 지나가버렸습니다. 내일 모래면 5월인데 세상에 강원도 골짜기엔 눈이 내렸다니. 더워지는 지구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예측할 수 없는 날씨가 자주 일어나는 것만은 사실인 듯 합니다.지구는 아주 큰 스케일로 추워지는 빙하기와 다시 따뜻해지는 간빙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보다 짧은 간격으로 작은 빙하기와 작은 간빙기들의 반복되고요. 남극의 얼음에 2,000m 깊이의 구멍을 뚫어 16만년 치의 얼음을 1m마다 분석한 결과 지금이 빙하기로 들어가는 시기라는 시각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신생대 4기 이후 따뜻해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입니다.
바닷물이 순환해 지구 전체적인 기후를 조절하게 되는데, 날씨가 더워지면서 북극의 얼음이 녹아 생긴 찬 바닷물이 깊은 바다 해류의 순환을 막아 북쪽이 얼어붙고 추워지게 된다는 학설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지구는 더워지지 않으며 설사 지구온난화라고 하더라도 조금 따뜻해지고 있는 것 뿐인데 뭐 그리 대수인가" "예전에 이보다 훨씬 기온이 높은 시기도 있었는데 왜 이렇게 호들갑인가" 하는 주장들도 가득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나 기업들의 이해관계도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지구의 미래를 가장 잘 생각하고 있을 것 같은 나라들이 지구온난화를 막자고 모인 국제 모임에서 버젓이 반대표를 던지는 일만 보아도 모든 일이 순리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구가 더워진다면 해수면의 높이도 달라지고 정말 여러 가지 현상이 나타나겠지만 식물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언뜻 생각하면 문주란과 같은 남쪽 식물들을 중부지방 등 보다 높은 위도에서까지 키울 수도 있으니 좋고, 농업 생산량도 많아질 듯 합니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제가 학교 다닐 때 감나무는 중부지방에서는 겨울을 나기가 어렵다고 배웠는데 지금은 중부지방에서 지천으로 키우고 있으니 이도 어떤 의미에서는 온난화의 혜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좋은 것은 아주 잠시, 일시적인 일일뿐 이로 인한 부작용이 훨씬 큽니다. 식물들에게 해를 가 할 수 있는 해충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습니다. 봄꽃들은 꽃이 피는 시기를 앞당겼다가 꽃샘추위로 심각한 피해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꽃이 피는 시기와 이를 찾아 드는 매개 곤충이 서로 때를 맞추지 못해 결실로 이어지지 못하는 헛된 노력을 할 수도 있으며 결국 이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교란으로 이어 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은 지구가 더워지든 추워지든 자연적인 주기에 따라 아주 천천히 변화된다면 식물이나, 이를 찾아 드는 곤충이나, 식물을 먹고 사는 동물과 사람들까지도 그에 적합하게 적응하고 대비할 수 있지만, 이렇게 인위적으로 발생되는 기후 변화는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돼갈지 예측할 시간이 충분치 않아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요? 무엇인가 좀 예전과 달라진 기후를 느끼긴 하지만 그것이 나의 삶의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면 가능한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 봄 직합니다. 일상의 에너지 사용을 조금씩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저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보관하는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좀 더 매진할까 합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i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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