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9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당선자 연찬회를 앞두고 제 정파간 신경전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연찬회는 총선 이후 계속돼 온 당 정체성과 지도체제를 둘러싼 물밑 논란이 공론화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근혜 대표 체제 이후 형성된 주류·비주류의 기 싸움도 예상된다.당 지도부는 연찬회 프로그램을 '정치개혁, 디지털 정당화, 경제 살리기'라는 주제아래 외부강사의 강연 중심으로 잡아놓았다. 하지만 의도대로 진행될 것 같지는 않다. 제 정파 공히 "토론 중심이 돼야 한다"며 프로그램 변경을 요구하는 등 일전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별도 모임을 갖고 쟁점별 대표 발제자까지 정해 놓고 있다.
우선 당 정체성을 둔 격론이 예상된다. 박근혜 대표가 내세운 보수론과 소장파의 '좌향좌' 주장 등에 수도권 3선 그룹과 영남권 중진들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선 그룹은 이미 당 이념 논쟁은 종식됐다는 입장이다.
이재오 의원은 "전세계가 탈이념화인데 좌향좌, 우향우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반면 소장파는 '실용주의 정당'식으로 적당히 넘어가려 해선 안 된다는 입장. 남경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당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 없이 그냥 실용주의로 가겠다는 것은 포퓰리즘으로 가겠다는 선언"이라며 "한나라당도 이념 논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이 보여준 보수는 부패와 냉전에 매몰된 수구 보수였다"며 "개혁·중도 보수로 가야 한다"며 좌향좌론을 되풀이했다.
3선 그룹은 또 거대여당에 맞서는 야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된다며 집단지도체제 도입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소장파는 이에 맞서 "총선 이후 반성의 노력은 뒤로 한 채 지도체제를 논의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개헌론이 논의 주제가 될지도 관심사다. 박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문제를 연찬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내에는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는 의견과 시기상조론이 맞붙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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