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론(장기주택담보대출)과 정반대의 자금 흐름을 갖는 역(逆) 모기지론 상품이 내달 은행권에 선을 보인다. 고령화 사회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추진중인 선진국형 역모기지론과는 구조를 다소 달리하고 있어 '유사 역모기지론' 정도로 볼 수 있다.
신한·조흥, 5월 자체 역모기지론 출시
신한·조흥은행은 28일 주택을 담보로 연금식으로 매달 혹은 일정 기간마다 정해진 금액을 대출 받는 역모지지론 상품을 5월 중 공동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연동되는 변동 금리 방식이나 고정 금리 방식 중 택일해 최장 15년 이내에서 1∼3개월 주기로 일정 금액을 대출 받는 방식이다.
변동 금리 방식을 택할 경우 금리는 현재 연 6% 이내, 고정금리의 경우에는 7.8∼7.9% 선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기까지 총 대출 가능 금액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50∼60% 정도 선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시가 4억원인 33평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50%인 2억원을 역모기지론으로 10년간 대출을 받을 경우 연 6% 정도의 변동 금리 적용시 매월 122만원 가량을 지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이 근저당권을 잡고 대출을 해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만기가 되더라도 주택의 소유권이 금융기관에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만기 후 자체 자금으로 혹은 집을 팔아 대출액을 상환하면 된다.
정부, 선진국형 역모기지론 연말께
은행권의 자체 상품과 별개로 정부가 추진중인 선진국형 역모기지론은 연말께야 선을 보일 전망이다. 신한·조흥은행 상품이 대출 대상을 제한하고 있지 않은 반면 정부의 역모기지론은 철저히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고령화 사회 대책의 일환인 셈이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노후 자금이 없어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이 사망할 때까지 집에 거주하면서 매월 연금식으로 대출금을 지급받고 사후에 주택의 소유권을 금융기관에 넘기는 방식이다.
물론 사후나 만기 시에 자식들이 대출금을 전액 상환하면 주택을 상속받을 수도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의 경우 30대에는 모기지론으로 주택을 마련하고 노후에는 역모기지론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것이 보편화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자식들에게 집 만큼은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까지 팽배한데다 대출 기간이 끝난 후의 주거 불안 때문에 활성화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는 역모기지론 활성화를 위해 소득공제 혜택 등 각종 세제 지원도 적극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역모기지론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처분하는 것보다는 훨씬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