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역사적인 확장을 3일 앞둔 28일에도 외신들은 EU 확대에 대한 특집 분석기사를 쏟아냈다. 언론 보도에서는 미국에 맞먹는 거대경제권의 탄생이라는 희망 섞인 분석도 있으나 EU가 풀어야 할 숙제들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파이낸셜 타임스는 28일 10개국 신규 가입이 EU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지 아니면 EU를 마비시킬지 주목된다며 거대 EU가 직면할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EU는 15개국인 현재도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어 25개국으로 늘어날 경우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또 각국이 갖게 될 거부권들이 많아지는 것도 주요 정책 결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신규 가입국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의 긴밀한 관계를 강조하는 '대서양주의' 성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대외 정책 수립에 있어 EU 분열을 더욱 촉진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EU는 지난해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반전을 내세운 독일과 프랑스측이 이탈리아 영국 등과 대립한 바 있다.
옛 공산권 국가 8개국이 EU에 편입됨에 따라 갈등이 커지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푸는 것도 EU가 당면한 과제다. 러시아와 EU는 EU 확장을 나흘 앞둔 27일 양자 간에 체결된 기존 우호협력협정(PCA)을 연장하기로 극적 합의했다. 파스칼 라미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PCA 체결 뒤 "현안에 대한 이견이 상당히 해소됐으나 어려운 문제들이 여전히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7일 EU가 10개국을 받아들여 덩치를 키우게 됐지만 경쟁력 측면에서는 아직 미국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15개 기존 회원국과 10개 신규 가입국을 대상으로 연구개발(R& D)과 자유화, 개발지속 가능성 등 8개 부문별 경쟁력을 조사한 결과 평균점수가 4.97에 불과해 미국(5.5)에 크게 뒤졌다. 신규 가입국 중 상대적으로 인지도와 경제 규모가 큰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도 모두 하위권을 기록한 것은 EU가 당분간 하향평준화로 고생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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