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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기 사상의 재발견/"기철학"의 개념화·역사적 맥락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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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기 사상의 재발견/"기철학"의 개념화·역사적 맥락탐구

입력
2004.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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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철학과 서양의 과학 지식을 접목한 19세기 조선의 독창적인 사상가 혜강(惠崗) 최한기(崔漢綺·1803∼1875)의 기철학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혜강 사상을 재조명하는 단행본이 잇따라 나와 잘 팔리고 있고, 혜강 철학의 요체라 할 수 있는 기학(氣學)과 기(氣) 일반의 정체를 탐구하는 학술회의와 강의가 열려 그 성과를 모은 연구서도 출간됐다.손병욱 경상대 교수가 번역·주석한 '기학―19세기 한 조선인의 우주론'(통나무 발행)은 출판 불황에다 전문 학술서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3월 중순 출간 후 한 달도 안돼 초판 4,000부가 모두 팔렸다. 이 책은 교보문고, 알라딘 등 여러 서점의 인문과학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다. '혜강 사상의 결정판'이라는 그의 저서 '기학'을 옮기고 해설한 것으로, 10여 년 전 출간한 것을 고쳐서 새로 냈다.

도올 김용옥 중앙대 석좌교수가 통나무출판사에서 최근 개정판으로 낸 '독기학설(讀氣學說)'과 혜강 사상에 대해 쓴 글들을 모은 '혜강 최한기와 유교'도 독자들의 반응이 좋다. 혜강을 '19세기 조선의 암천(暗天)에서 홀로 작열하며 자취없이 스러진 혜성'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 도올이 그의 사상을 주제로 최근 방송 강연한 덕을 크게 본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이 최한기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혜강 기학의 사상'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열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대안철학학교인 '철학아카데미'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와 기학을 주제로 진행한 강의 내용을 묶어 '기학의 모험1'(들녘 발행)이라는 책도 냈다. 3권으로 출간될 시리즈의 첫 권인데, '동서양 철학자, 유배된 기의 부활을 말하다'라는 부제처럼 동양철학에서 기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다각도로 탐구하고 있다.

책은 강의록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철학아카데미에서 기철학을 강의했던 이정우 철학아카데미 원장, 이현구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전임연구원, 김교빈 호서대 교수 등이 필자다. 기, 음양, 오행의 개념이 제자백가 시대 중국 사상에서 어떻게 발전했으며 한(漢)대의 한의학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등 역사적인 맥락을 살피는 것은 물론 이황, 이이, 서경덕의 철학 속에 기철학의 개념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설명한다.

특히 이정우 원장이 동양의 기학과 서양의 자연철학, 형이상학, 존재론을 비교해 기의 개념을 명료히 하는 작업이 눈길을 끈다. 또 이현구 연구원은 전통 유교를 계승하면서 서구 과학 지식을 적극 수용한 최한기의 사상을 형기(形氣) 중심의 전통 의학이나 혈기(血氣)에 치중한 전통철학과는 달리 우주를 이루는 근원적인 기, 자연과학적인 운화기(運化氣)를 중심으로 기학에 새로운 지평을 연 철학으로 재평가했다.

'기학의 모험'은 올해 안에 동아시아 전통의 음악, 회화, 서예, 문학, 음식 등 구체적인 생활 공간에서 기의 면모를 살피는 '기의 문화를 찾아서'와, 한의학 천문학 등 과학철학과 기철학의 연관성을 따져보는 '기의 과학을 찾아서'가 이어서 나올 예정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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