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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EU확대 의미 잘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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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EU확대 의미 잘 살펴야

입력
2004.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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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다음달 동유럽과 지중해 10개국을 새로 받아들여 동서유럽을 아우르는 25개국 국가연합으로 확대된다. 냉전종식 십수 년 만에 이뤄진 EU의 동유럽 확대는 미국에 맞서는 거대유럽의 등장으로 규정된다. 우리사회 또한 유럽이 거대 단일시장이 되는 것에 자못 들뜬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EU 확대는 경제차원을 훌쩍 넘어선 복잡다단한 의미를 지닌 것이기에 치밀한 분석과 대응이 절실하다.EU 확대를 보는 시각은 엇갈리지만, 1992년 마스트리히트 유럽연합조약 체결 때의 흥분부터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2차대전 뒤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한 유럽경제공동체(ECC)와 유럽공동체(EC)를 거쳐 유럽연합이 출범할 당시, 이번보다 훨씬 거창한 전망을 했고 실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EU 출범에 한발 앞선 걸프전은 냉전종식 뒤 국제질서변화를 역전시켰고, 유럽과 세계는 여전히 미국에 이끌리는 처지를 절감했다. 이는 이라크 전쟁 등 고비마다 유럽이 '경제적 거인·정치적 소인'임을 자탄하는 데서 확인된다.

지금 상황은 92년의 축소판이다. EU는 8,000만 인구가 늘었지만, 당장 경제규모는 네덜란드 정도가 추가된 데 그친다. 반면 경제사회적 동질성은 흐려졌고, 동유럽이 미국의 영향권에 편입돼 정치적 결속력은 한층 느슨해졌다. EU가 동구권 포용을 주저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EU는 몸집이 커진 만큼 운신이 불편할 것이고, 미국 러시아의 이해가 맞물려 갈등을 거듭할 것이다.

동서유럽 통합은 우리에게 기회와 장애를 함께 안긴 만큼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92년 이후 유럽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했는가를 되돌아보고, 궁극적으로 거대하면서도 복잡미묘한 역사적 변화의 흐름을 긴 안목으로 읽고 지혜롭게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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