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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뮤지컬 '우리는 친구다' 김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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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뮤지컬 '우리는 친구다' 김민기

입력
2004.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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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사 겸 배우 이황의씨가 별난 소리가 다 나는 입으로 부는 악기 카주와 멜로디혼, 기타를 번갈아 들었다. 기타와 콘트라베이스가 함께 어울렸고, 민호(배상우)와 뭉치(김우경)가 슬기를 놀리는 노래 '테레비짱'을 불렀다. "폐인이다 폐인.TV폐인" 초등학교 3학년 친구들이 늘 TV앞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유치원생 슬기(김은영)을 약 올리는 노래다.1970년대에는 저항의 노래를 만들고 불렀으며 94년부터는 '지하철 1호선'으로 학전을 뮤지컬의 명가로 만든 김민기(53).그가 '의형제'이후 6년만에 신작을 들고 나왔다. 그것도 어린이 뮤지컬 '우리는 친구다'를. '지하철 1호선'을 함께 만든 독일 작가 폴커 루드비히, 작곡가 비르거 하이만의 작품으로 원제는 '막스와 밀리'. 독일 그립스 극단의 대표작으로 어린이만의 일상과 심리를 어린이의 시선에 담아냈다.

어린이의 고민은 어린이 시선으로

연습 장소인 학전그린 소극장으로 들어서자 무대 효과처럼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김민기의 줄담배 연기다. "폐인이 아니라 패인으로 들려. 너 모음이 잘 발음이 안 되니까, 입 모양 좀 부지런을 떨어야지." 배우에게 지청구를 하는 낮게 깔리는 저음이 음악처럼 들린다. "오래 전부터 아동극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망망대해예요. 학원을 12군데나 다니는 아이, 매맞는 아이를 통해 우리의 교육환경, 아이들의 고민을 다룰 겁니다."

그는 그러나 "아동극 후발주자이니 많이 배우겠지만, 영어아동극이나 상업뮤지컬은 안 따라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앞으로 10편의 아동극을 차례로 올릴 계획이다. 80년대부터 '개똥이' '아빠 얼굴 예쁘네요' 등 음반작업을 했고, 뮤지컬 '모스키토'로 청소년 극을 했으니 아동극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김민기의 아동극에 대한 애정은 생각보다 훨씬 깊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썼잖아요. 그건 혁명적인 겁니다. 세상 어디에서도 아이에게 이런 존칭을 쓰는 곳은 없습니다." 혹시 바빠서 아이들(고3, 고1)에게 제대로 못해준 것을 보상하려는 게 아니냐고 물으니 벌쭉 웃는다. "그런 것도 있죠. 애들 기억이 안 나. 잘 때만 보니까. 50대가 되니까 어린이 얘기를 건드리게 되더라구요. 이건 인간으로서의 도의적 의무 아닐까."

공부와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위하여

어린이 뮤지컬 '우리는 친구다'는 초등학교 3학년 민호와 유치원생 슬기 남매, 그리고 민호의 친구 뭉치가 동무로 맺어지는 과정을 다룬다. 슬기가 실수로 뭉치 집 열쇠를 잃어버리면서,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열쇠 값을 벌어보려는 이야기가 기둥 줄거리를 이룬다. 김민기는 계속 번안극만 하느냐는 질문에는 "순수 창작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다. 여러 개가 섞이는 게 문화"라는 말로 답했다. "루드비히 그 양반 작품이 우리 마당극 스타일이야. 형식이 열려있고 굉장히 건강해."

단골이라는 찻집 학림으로 자리를 옮긴 뒤, 그는 '맥차'(맥주)를 주문했다. "아동극만 하면 내 인생이 풍요로워질 것 같애" 하며 웃는 그의 모습이 꽤 행복해 보였다. 아마 슬기 남매의 눈빛이 이러하지 않을까. 흥이 났는지 독일 그립스 극단이 부르고 이를 녹음해 선물로 보내왔다는 '아침 이슬'을 틀어준다. " '아침이슬'은 이것(버전)만 인정할 거야. 시골학교 졸업식 노래 같잖아."

김민기의 독특한 스타일로 빚어낸 우리 어린이들을 위한 뮤지컬 '우리는 친구다'는 어린이 날인 5월5일부터 6월13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열린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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