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위해 봉사도 많이 하는데 내 식구들을 돌본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20여년 간 정신질환을 앓는 시누이, 치매에 걸린 시할머니, 뇌졸중으로 쓰러진 시아버지와 남편 등을 묵묵하게 보살피며 화목한 가정을 꾸려온 할머니 가장이 효행대상 수상자로 뽑혔다. 충북 충주시 동량면 조동리에서 고추, 벼농사를 짓는 안임순(64)씨.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집안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랐던 안 할머니는 1962년 지금의 남편(65)과 결혼해 넉넉지 않은 살림이지만 행복하게 생활해왔다.
그러나 77년 시집을 갔던 시누이(50)가 정신질환으로 이혼을 하고 3살난 자식과 함께 친정에 돌아온 뒤 안 할머니의 가정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85년 시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진데 이어 91년에는 시할머니가 치매를 앓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99년에는 남편마저 뇌졸중으로 쓰러져 왼쪽 팔, 다리가 마비됐고, 시어머니(86)는 심한 골다공증으로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등 가족의 불행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안 할머니는 낙담하지 않았다. 시아버지와 시할머니가 각각 10년, 5년간 병마에 시달리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대소변을 모두 받아내는 등 극진히 간호했고 조카(시누이 아들)는 고등학교까지 공부를 시켰다.
자신도 관절염 때문에 10여년 째 신경통 약을 먹고 있지만 2,000여평의 벼,고추 농사를 혼자 지으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안 할머니는 가정에 불행이 닥쳐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부녀회 등을 통해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어서 마을 주민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다. 이 같은 가족사랑이 알려져 5월 3일 농협중앙회의 효행상 대상을 받게 된 그는 "몸이 아픈 내 가족을 내가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충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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