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지 못하는 20대 초반의 여대생을 협박, 2년 동안 윤락행위를 시켜 억대의 돈을 뜯어낸 '거머리 사채업자'가 경찰에 검거됐다.모 전문대에 다니던 A(24·서울 강북구 미아동)씨가 사채업자 박모(35)씨에게 400만원을 빌린 것은 2002년 4월. 카드 빚에 시달리던 A씨는 지역 생활정보지에 게재된 광고를 보고 박씨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매일 10만원씩 갚아야 하는 일수대출로 급전은 마련했지만 이후 이자를 몇 차례만 연체해도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기에다 박씨에게 300만원을 빌린 자신의 친구가 빚을 갚지 못해 보증을 서준 A씨가 고스란히 채무를 떠안아야 했다.
2002년 10월부터 일수대출 연체금이 60만원에 이르자 사채업자는 협박과 폭행을 일삼았고, 결국 A씨는 "성 매매를 해서 돈을 갚겠다"고 박씨에게 약속해 줄 수밖에 없었다. 박씨는 인터넷 채팅방 등을 이용해 A씨에게 하루 5∼6명의 남자들을 소개해주며 성매매를 강요했다. 특히 A씨가 손님을 못 받는 날이 없도록 박씨는 억지로 생리억제제를 복용 시켰다. 견디다 못한 A씨는 박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2월 초 집을 나와 모든 연락을 끊고 친구집으로 피신했다. A씨의 가족들은 경찰에 가출신고를 했고, 경찰이 A씨를 찾아내면서 박씨의 범행 일체가 드러났다.
박씨가 2년 동안 A씨에게서 받아낸 돈은 원금의 수십배인 1억여원. 그래도 아직 1,500만원 정도가 빚으로 남아 있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협박이 무서워 가족에게 차마 알릴 수가 없었다"고 울먹였다. 서울 북부경찰서는 28일 박씨에 대해 상습공갈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홍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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