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 동안 우리나라 산업의 커다란 변화 중 하나는 제조업부문에서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제조업의 변화에서도 우리나라 제조기업의 생산시설이 중국이나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중동 및 중남미 등의 국가로 이전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물론 기업의 해외 진출은 시장이나 자원확보 차원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해외진출은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더욱이 국내 실업률이 사상 최대치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경기의 침체는 그 끝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3월 하순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전략에 대한 학술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학자들과 기업인들이 밝힌 우리나라 경제의 회생방안으로 첫째, 국가 경제체질을 바꿔야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할 수 있고, 둘째, 핵심사업 집중의 글로벌기업을 키울 것, 셋째, 성장 주력산업의 규모를 지금보다 2배 키워야 한다고 제시했다.
정부에서는 늘어나는 실업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자리창출에 대한 묘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현실성이나 그 성과도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더욱이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해외로 빠져나간 제조업의 공백을 서비스부문이 대체할 수 있지 않나 하는 희망도 있다.
그렇다면 서비스업 중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금융 분야, 정보통신 분야를 보자. 우리나라의 금융제도나 정부정책이 뉴욕이나 동경과 같은 규모의 세계적 증권시장을 확보할 만한 능력과 투자환경을 갖추고 있는가?
물류나 유통서비스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서비스산업이 발전하려면 하나의 산업으로서 충분한 자원과 수요가 창출돼야 하며 서비스관련 인프라도 갖추어져야 한다. 특히 서비스는 독립적이라기보다는 제조업과 보완적으로 상호 종속적인 관계를 가져야 한다.
서비스는 친절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재화이다. 서비스는 기업이 생산하여 필요한 고객에게 제공하는 경제적 재화이다. 그러나 서비스는 일반 제품과 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어 서비스경영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이해가 필요하다.
오늘날 제품 및 생산기술이 고도화하고, 제품의 사용기능이 복잡해짐에 따라 기업의 경쟁적 측면에서도 서비스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이것은 대부분의 제품이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사용 전후로 서비스를 병행하여 제공함으로써 제품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나아가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기업 내외에서 서비스에 대한 중요성과 인식이 높아지는 것과 병행하여 서비스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과제의 하나가 되고 있다. 즉 서비스의 개선은 품질, 원가, 유연성, 신뢰성 등의 면에서 다양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업의 전략적 과업으로서 최우선적인 목표이다.
서비스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 하려는 노력은 제조업부문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서비스기업에서도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킴으로써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비스품질의 향상은 고객만족을 가져오고 이는 곧 재구매, 구전효과나 명성에 영향을 주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서비스 이익사슬의 선순환 논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서비스는 앞으로 계속하여 성장할 것이며 뿐만 아니라 21세기의 기업 활동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의 환경적 특성과 서비스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감안하여 볼 때 앞으로의 서비스기업의 경영은 서비스품질향상과 관련된 품질활동과 전략개발, 고객만족과 관련된 마케팅활동과 전략개발, 서비스 인적자원개발과 종업원만족에 대한 문제, 그리고 서비스내용과 제공 면에서의 정보기술의 활용 등의 문제에 전략 및 관리의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나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서비스부문은 기능적인 면은 물론 양적이나 질적인 면에서 이미 국가 기간산업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아직은 이들 나라에 미치지 못하지만 제조업과 보완적으로 육성시킬 산업정책이나 기업의 서비스전략이 따라야 한다. 즉 국가적 차원에서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며 여기에 맞추어 기업의 장기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유시정 경기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서비스경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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