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이틀간의 당선자 워크숍에서 당의 진로를 탈 이념 실용주의로 설정했다. 또 당선자 130명이 응한 설문조사에서 56%가 자신이 중도진보라고 대답했다. 중도진보 실용주의가 4년간 국회를 이끌어 갈 여당의 지표인 셈이다. 우리당의 노선과 지표 설정에 관심을 갖는 것은 내부에서 '잡탕당'과 '분당론'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고, 몇몇 목소리 큰 당선자들이 개혁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진보 편향적 발언을 서슴없이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 개혁지상주의가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우리당이 분임토의와 전체토의 등의 여과장치를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도출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의견집약 과정에서 이념성을 앞세우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대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념파들의 목소리가 다시 분출하면서 정체성 문제가 재론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한다.
문제는 실천이다. 우리당은 총선에서 1985년 이후 처음으로 여당이 원내과반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둠으로써 국정에 무한책임을 지게 됐다. 중도진보 실용주의의 요체는 실사구시 입장에서 민생을 챙기고, 국민적 합의의 바탕 위에서 현실성 있는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다. 개혁의 우선순위와 완급을 조절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갖고 4년을 내다보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노무현 정부가 1년 이상을 허비한 세월을 내실 있게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당은 일반국민보다 진보쪽에 더 가 있다. 설문조사를 분석한 전문가는 "우리당이 성향상으로 중도와 왼쪽의견을 대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집권당이 일반국민보다 진보성을 띨 경우, 이에 수반될 책임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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