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이전이 계획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은 한미양국이 올해 1월 이전시점을 2007년까지로 한 차례 미뤘을 때부터 이미 예고됐었다. 이같이 기지 이전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부지확보와 공사 등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2002년 착공한 용산기지 내 2개동의 아파트 공사가 2년 넘게 걸린 데 비춰 350만평에 달하는 새 부대 조성을 3년만에 마무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전을 2007년까지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올해 이미 상당규모의 부지가 확보됐어야 하지만 거의 진척이 없는 상태다.
정부는 미군기지 이전을 위해 평택지역 부지를 올해 182만평, 내년 130만평 매입하기로 하고 특별대책반을 구성한데 이어 한국토지공사 등에 평택지역 토지매입을 의뢰했으나 현재 1만7,000여평을 확보한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지역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라며 "주민들도 특별법 제정으로 지원방안이 확정된 후에야 토지수용에 적극 협조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특별법 발효까지 1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본격적인 토지수용은 내년부터나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용산기지를 2006년까지 이전키로 합의했다가 올해 1월 2007년으로 조정했던 한국과 미국이 또다시 이전 시점을 연기함으로써 양국이 조속한 이전이라는 원칙에 쫓긴 나머지 이전시점을 지나치게 성급하게 정해 국민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양국 정부는 기지 이전시점이 거듭 조정되는 등 혼선이 발생함에 따라 이전 합의서에 목표 연도를 명시하지 않고 가서명한 뒤 기자회견 등을 통해서만 이를 밝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기지 이전이 지금처럼 계속 연기될 경우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주한미군 관계자는 "용산기지는 미2사단 이전과 달리 대체부지를 확보해 옮기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사안이지만 시기가 늦춰질 경우 미국정부가 추진 중인 전세계 미군재배치 계획과 맞물릴 수도 있다"며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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