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시향의 숙제는 지휘자 찾기다. 상임지휘자 역할을 하던 음악감독 곽승이 지난해 10월 세종문화회관 경영진과 불화를 겪은 끝에 중도 해촉된 뒤로 반 년이 되도록 상임지휘자 자리가 비어있다. 지휘자 없이 단원 자치공화국처럼 운영되는 유명한 빈 필 같은 악단도 있지만, 그건 특급 악단 빈 필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갖고 있는 예외적 전통이다.서울시향이 상임지휘자 없이 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91∼93년, 97∼99년, 99∼2001년에도 그랬다. 지난 10여 년간 서울시향이 그렇게 툭 하면 선장 없는 배 신세로 흘러가며 제자리걸음과 뒷걸음질을 반복하는 동안, 임헌정의 부천필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오케스트라가 되었고, 대전시향도 3년 전 상임 지휘자로 함신익을 맞이한 뒤부터 날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과 기량 면에서 KBS교향악단과 더불어 국내 최고로 꼽히던 서울시향의 자부심은 이미 많이 추락했다.
오케스트라 발전이 지휘자 혼자 잘 났다고 되는 건 아니지만, 서울시향의 상임지휘자 부재 상황은 보기에 안타깝다. 서울시향은 올 한 해 객원 지휘자 체제로 움직이면서 상임지휘자 찾기에 나선다. 여러 지휘자를 초청해서 함께 연주해보고 누가 서울시향에 가장 잘 맞는 적임자인지 알아보는 방식이다. 올해 서울시향의 지휘대에 서는 지휘자는 모두 후보인 셈이다. 그 명단에는 죄르지 라트, 타데우슈 스트루가와, 박탕 조르다니아, 장 클로드 카사드쉬, 라빌 마르티노프, 요엘 레비, 블라디미르 발렉, 알렉산더 드미트리예프 등이 들어있다. 서울시향 단원들은 요엘 레비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애틀랜타 심포니를 거쳐 현재 벨기에의 플랑드르 라디오 오케스트라를 맡고 있는 요엘 레비는 서울시향을 여러 번 지휘했고, 그때마다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서울시향이 어떤 지휘자를 맞아들여야 좋을지 객석에 앉는 여러분도 이제부터 눈여겨 보시길.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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