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역 폭발참사직후 국제사회를 향해 지원과 구호를 긴급 요청한 북한이 시간이 갈수록 내부 체제단속에 힘을 쏟고 있다. 감당할 수 없는 참사수습을 위해 외부지원은 받아들이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민접촉이나 체제실상 노출 등의 부작용을 우려한 북한당국의 조치로 풀이된다.북한이 27일 남북 구호회담에서 남한이 제안한 구호품의 육상수송과 의료진 및 병원선의 접안을 거부한 것은 체제단속의 대표적 사례. 구호인력과 물품의 전달경로를 제한하고 피해지역과 외부의 직접 접촉을 최소화함으로써 내부의 충격을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북한당국의 의지가 담겨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구호품을 실은 차량이 서울에서 개성과 평양을 거쳐 용천까지 가는동안 주민들에게 노출되는 상황을 북한당국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북한 당국은 또 사고참상의 충격이 확산되지 않도록 언론보도도 적절히 통제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나 조선중앙TV 등 관영매체들은 사고발생 사실은 보도하지만 사상자의 수 등 구체적인 피해상황은 언급을 피하고 사고현장 장면도 내보내지 않고있다. 유언비어를 차단하고 민심이반을 방지하려는 북한당국의 의도적 조치라는 분석이다.
참사의 와중에 인민군 창건 72주년 경축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한 데도 체제단속의 의도가 엿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24일과 25일에 걸쳐 인민군창건 72주년 '중앙보고대회'와 군 수뇌부의 경축야회가 열렸다고 전했다. 주요한 연례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함으로써 체재의 건재를 과시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의 모든 역량을 투입해 사태의 조기수습에 힘쓰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5일 "국가계획위원회와 건설건재공업성, 임업성, 체신성은 수백톤의 시멘트와 수십㎥의 건설자재 및 통신설비를, 상업성과 보건성은 생필품과 의약품 등을 마련해 피해주민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통일연구원 이교덕 북한실장은 "사고수습이 지연되면 주민불안이 가중되고 유언비어가 확산될 가능성을 북한당국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체제동요를 우려한 북한당국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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