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때 "상대방 공은 무조건 뺏고 우리 공은 뺏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게 자신의 축구 철학이라던 코엘류 감독이 물러났다. "대표팀을 맡은 14개월 동안 실제 훈련시간은 72시간으로 결코 많은 시간이 아니었다"는 그의 퇴임의 변이 사실이라면 충분히 아쉬워 할 만하다.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공감할 쉬운 철학이지만 상대팀도 그런 식으로 나올 때 남의 공은 더 잘 뺏고 내 공은 안 뺏기는 두 가지 비법을 전수하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시간만의 문제였고 다른 문제는 없었을까. 몇몇 감독론을 한번 들어보자."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경기운영 전략수립보다 우선하며 선수 스카우트가 매우 중요한 임무."(릭 피티노 전 미국프로농구 보스턴 셀틱스 감독) "야구감독은 군대의 장군과도 같고 감독은 전략, 전술의 결정뿐만 아니라 훈련, 선수 스카우트, 건강관리, 집안관리 및 심지어는 도덕적인 면까지 관리해야 한다."(메이저리그 명감독열전의 저자 레너드 코페트)
"감독은 선수를 휘어잡는 힘과 포용력, 기술개발을 통해 선수수명을 연장시킬 줄 아는 능력,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는 능력 등이 있어야 한다."(허조그 전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 "전략과 전술도 중요하지만 이를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서는 선수와의 의사소통이 우선해야 한다."(에메 자케 전 프랑스 축구대표팀 감독)
이상을 종합하면 감독은 기본적으로 전략을 세울 줄 아는 역량과 이기는 비법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적어도 이름난 감독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생각해야 할 문제는 선수를 휘어잡는 리더십과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제스처나 행동도 의사소통의 수단이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 감독이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즉 선수와의 대화, 그것도 의미 있는 말을 서로 자주 나누지 않고도 선수를 휘어잡고 동기부여를 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전략과 전술 역량이 감독선임의 우선적인 기준이겠지만 에메 자케 감독이 강조한 '의사소통' 없이는 전략이나 기술전수는 물론 심리요법을 구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코엘류 감독은 성적부진의 이유로 시간부족을 들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다는 점도 약간은 문제가 되었을 것 같다.
전 감독도 외국인이었지만 그래도 한글이름은 '히딩크'하나였는데 간단한 이름조차 '쿠엘류,' '코엘류'두 가지로 통역되는 판에 심리요법은 고사하고 전략·전술이 제대로 전달되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실력 있는 축구대표팀 감독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