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장저항세력에 인질로 잡혔다 풀려난 일본인 5명이 귀국했지만 이들의 자기책임 문제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집권 자민당의 가시무라 다케아키(柏村武昭) 의원은 26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인질 중에는 자위대 이라크 파견에 공공연히 반대했던 사람도 있다"며 "그런 반정부·반일본적 분자를 위해 혈세를 사용하는 것에는 강한 위화감, 불쾌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야당 의원들이 "자위대 파견에 반대한다고 반일분자로 부르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발언 철회를 요구했지만 가시무라 의원은 거부했다.
인질이 됐던 비정부기구(NGO) 회원,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등은 이라크전 및 자위대 파견 반대운동에 관여했고 정부의 수 차례 대피권고를 무시하며 이라크에 체류했다는 이유 등으로 비난을 받아 귀국 후 기자회견도 하지 않은 채 칩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질들이 저항세력과 짜고 자위대를 철수시키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외무성도 26일 일부 인질들과 요르단까지 마중을 갔던 가족들의 귀국 항공료 237만 엔(약 2,300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아키타(秋田), 야마카타(山形), 아이치(愛知) 등 3개현 지사들이 각각 기자회견을 통해 "외국에서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사명"이라며 "비용 부담까지 시키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전 외무성 장관은 27일 발매된 '주간 아사히(朝日)'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할 일을 했나"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대피권고만이 아니라 이라크와 주변국의 일본대사관이 초기 단계부터 입국하지 않도록 노력을 다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나카 전 장관은 또 "지금 가장 자기책임을 통감해야 할 사람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라고 꼬집었다.
인질들이 가족과 국민의 걱정, 정부의 석방노력에 아랑곳없이 석방되자마자 "이라크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다"고 경솔하게 말한 것을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석방교섭이 난항을 겪던 단계에 정부 관계자들이 최종책임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질 자기책임론을 흘렸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와 자민당 내부에서는 위험지역 입국을 정부가 제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었으나 헌법상의 여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판단에 따라 백지화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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