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실용주의 정당'으로 당의 지향점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정동영 의장이 제시한 이 같은 탈(脫) 이념의 방향은 당내 공감대를 얻는 추세여서 한때 보·혁대결 조짐까지 보였던 당 정체성 논란은 일단 가라앉는 듯 하다. 그러나 이념과 노선을 분명히 하자는 요구는 여전히 잠복해 있어 다시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정 의장은 17대 국회 당선자 워크숍 이틀째인 27일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이념정당이 아니라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실용정당"이라고 다시 강조한 뒤 "정당의 정체성은 이념이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당 정체성에 대한 전날 분임토론 결과 발표를 지켜본 뒤 "보수와 진보를 말하지만 (이념은)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지금은 권위주의 정치를 종식시키고 완벽한 상향식 민주주의를 완성해 가야 한다"고 못 박았다. 정 의장은 특히 "사법개혁, 언론개혁이 필요하다면 국민적 공감대, 선후 완급조절을 통해 할 것"이라며 "실용주의는 개혁을 하지 못한다는 인식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도 당장 정체성에 대한 이념논쟁이 불붙을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 2기 국정운영의 틀을 잡는데 혼선을 부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다수가 정 의장의 주장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분임토론 과정에서 "한나라당, 민노당과 이념적 차별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공개적인 당내 이념정파 활동은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정체성 논란은 뜨거웠다. 때문에 이라크 파병, 국가보안법 개폐, 언론개혁 등 구체적 정책현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면 노선대결이 재현될 공산이 크다.
/양양=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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